기본소득 놓고 정치권 SNS 설전
이 지사 “경제회복 효과 증명
증세 없이 얼마든지 가능해”

박 시장 “더 고통받는 쪽 도와야
실직자에 100만원 지급이 우선”
/사진출처=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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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의제로 떠오른 '기본소득'의 도입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뜨겁다.

특히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 과제로 제시하자 여권 대선주자급 지방정부 수장을 중심으로 논쟁이 거세다.

기본소득 도입을 앞장서 주장해 온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시적 기본소득(재난지원금)의 놀라운 경제회복 효과가 증명됐는데도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고, 어느새 기본소득은 미래통합당의 아젠다(의제)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필요하고 좋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아 비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부당한 포퓰리즘 몰이에 굴복하는 것도 문제”라며 “필요하고 가능한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거나 포퓰리즘 몰이가 두려워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소비절벽으로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져 경기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재정을 소비역량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며 “수요공급의 균형을 회복시켜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정책이며, 다음 대선의 핵심의제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또 “증세나 재정 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공개토론을 요청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로 “복지정책이라는 착각에서 생기는 재원 부족, 세 부담 증가(증세), 기존복지 폐지, 노동의욕 저하, 국민반발 등”이라고 짚으며 단계적 기본소득 확대론을 주장했다.

즉 첫해부터 연 20만원으로 시작해 증액하는 방식으로 수년 내 50만원(단기), 순차적으로 연간 50조원이 넘는 조세감면 축소로 100만원까지 증액(중기), 탄소세(환경오염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데이터세(국민이 생산하는 데이터로 만든 이익에 과세)·국토보유세(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로봇세(일자리를 잠식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과세)·일반 직간접세 증세 등 기본소득목적세를 만들어 전액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장기)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복지 체계를 축소하거나 국채 발행을 하지 않아도 기본소득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제시하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했다.

박 시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난과 위기는 가난한 이들,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오기 마련”이라며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정의와 평등에 맞는 조치”라고 말했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것보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재정 역량을 더 투입하는 것이 정의롭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종사자,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감소를 겪고 있지만 이들은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대로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대기업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들은 끄떡없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성인 인구 4000만명, 연간 실직자 200만명에 '예산 24조원'을 가정해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을 비교했다. 24조원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 단계별 도입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단기목표로 내세운 '국민 1명에 한 해 50만원 지급'에 필요한 예산(25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는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도 매월 5만원, 월 1000만원 가까운 월급을 또박또박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매월 5만원을 받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인가”라며 “무엇이 정의로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히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이번 코로나19 이후 훨씬 더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며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