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대'의 전설
흰쌀로 말 씻기는 퍼포먼스
적은 물 풍부한 것처럼 속여
권율, 수만 임란 왜병 무찔러

연구용역 착수
삼국시대 축성 문 4개 3.24㎞
보수중 삼국~조선 성벽 확인
국제 기준 '전략·로드맵' 수립
▲ 오산시는 지난달 28일 독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기초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 오산시는 지난해 12월 4일 독산성 복원성벽 아래에 묻혀있던 삼국~조선 시대 성벽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발굴조사팀이 성벽 발굴 모습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제공=오산시


오산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하는 독산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시는 독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한 기초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용역 착수는 독산성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지난 4월부터 8개월 동안 진행되는 연구용역은 한양대 박물관이 맡았으며 사업비는 오산시 1억원, 경기도문화재단 1억원씩 각각 분담했다.

 

▲독산성은 어떤 곳?

오산시 지곶동에 있는 독산성(禿山城)은 삼국시대의 성곽이다. 1964년 8월 대한민국의 사적 제140호로 지정됐다.

독산성은 1592년(선조 25년) 12월 임진왜란 중에 권율 장군이 병사 2만여명을 이끌고 이곳에 주둔해 왜병 수만 명을 무찌르고 성을 지킨 곳이다.

성 둘레는 3240m이고 문도 4개이지만 성안에 물이 부족한 것이 큰 결점이었다. 이런 결점 때문에 이곳에는 세마대(洗馬臺)의 전설이 있는데, 권율 장군이 산 위로 흰 말을 끌어다가 흰 쌀로 말을 씻기는 시늉을 해 왜군이 성안에 물이 풍부한 것으로 속아서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역사계에선 삼국시대 때 백제가 쌓은 성일 것으로 추측만 하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나 고려 시대에도 군사상 요충지로 쓰였을 것으로 본다. 1594년(선조 27년) 백성들이 산성을 쌓고, 임진왜란이 끝난 1602년(선조 35년)에 당시 부사 변응성이 다시 보수하고, 그 후 1792년(정조 16년)과 1796년(정조 20년)에도 보수 공사를 했다.

 

▲역사적 가치로 확인된 독산성

시는 지난해 12월 독산성 복원성벽 아래에 묻혀있던 삼국~조선 시대 성벽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전에는 삼국시대 축성된 것으로 추측만 했던 곳이다.

시는 2017년부터 (재)중부고고학연구, 한신대학교박물관과 함께 사적 140호 독산성 성곽 보수·정비에 앞서 기초자료 확보 차원에서 학술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삼국~조선 시대 성벽을 발굴한 조사팀은 독산성이 1500년 전부터 이 지역 일대를 관할해온 중요한 성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발굴조사팀에 따르면 삼국시대 성벽은 6세기 후반 처음 쌓았으며 7세기 중반에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 시대 성벽은 삼국~통일신라 시대 성벽의 적심부 상면에 쌓아 올렸다. 조선 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북문 아래층에서 조선 시대 전기에 해당하는 문지와 적대 등이 발굴됐다.

유물은 삼국~통일신라 시대 토기편, 연화문 와당, 승문, 선문, 격자문계 기와편, 고려 시대 청자 편·반구병, 조선 시대 도기편·백자편·다양한 문양의 기와편·전돌편 등이 출토됐다.

유적의 연대는 성벽 축조기법과 출토유물을 볼 때 삼국시대(6~7세기)에 처음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 등재는 어떻게?

독산성의 세계유산 등재절차는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잠정 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먼저 독산성이 잠정목록(Tentative List)에 가급적 1년 전에 등재돼야 한다. 이후 매년 9월30일 예비신청서를 접수해 미비사항 등을 보완해야 한다.

세계유산센터가 매년 2월1일까지 접수된 본 신청서(독산성)를 자문기구에 현지 실사를 의뢰한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독산성 현지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유산위원회에 신청유산의 등재 여부에 대한 권고의견을 제출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6월 말에서 7월 사이 신규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다.

독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가능한 원 상태로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도, 해당 유산 보존을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세계유산은 현재까지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수원화성'(1997년), '조선왕릉'(2009년), '남한산성'(2014년) 등 모두 14점이 있다.

시는 독산성의 연차 발굴조사 및 종합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전문적인 용역 수행 결과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민·관·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시는 독산성의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과 로드맵도 수립할 예정이다.

앞서 오산시, 경기도,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9월 독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공동추진협약을 체결했다.

곽상욱 시장은 “오산시는 전문적인 기초조사, 학술연구, 학술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유네스코의 지침에 따른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시킬 계획”이라며 “시민이 공감하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도 구성하겠다”고 했다.

/오산=김기원 기자 1kkw51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