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 불법 음란물 차단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n번방 방지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작 불법 음란물이 범람하는 해외 사이트엔 법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인천일보 4월1일자 19면>

2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은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 삭제 등 유통 방지 조치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들 개정안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상 성착취물을 신속하게 단속해 2차 피해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n번방 사건이 벌어진 텔레그램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국내에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등 국내법 적용을 위한 역외 규정도 추가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간한 ‘2019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영상물 삭제를 지원한 건수는 9만338건(8213명)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불법 콘텐츠를 유통·판매하는 성인 사이트에서만 2만5105건(27.8%)이 삭제됐다.

그러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 운영자들에겐 영상물 삭제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응할 가능성이 높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통과된 n번방 방지법마저 해외 사업자에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에게는 정보통신망법과 성폭력처벌법을 토대로 영상물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관련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한 것이고, 이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