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키우는데 발효음식만 한 게 없죠"
▲ 유진용 ㈔인천전통발효진흥원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면역력을 키우는데는 우리의 전통발효음식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표는 인천전통발효진흥원의 '전통발효학교 1기 강좌' 안내)

아파트 보편화로 장 담그는 일 줄고
단짠 음식 맛들려 성인병 위험 노출
사관학교 구축 전통기법 교육과
싸고 건강한 발효품 상용화 힘쓸 것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 증진의 중요성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면역력을 키우는데 발효음식만큼 좋은게 없습니다. 면역력은 장내 미생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바이러스 침투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유익한 미생물은 발효음식 섭취로 많이 양성해 놓으면 코로나19 감염도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게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런데 장내미생물을 활성화시켜 주는 최고의 비법이 우리 전통발효음식입니다."

지난 10일 공식 출범한 ㈔우리전통발효진흥원은 유진용 원장을 비롯, 이주희 이사장과 방일홍, 김기삼, 나윤경, 임경환 이사 등 오랫동안 인천에서 전통발효음식 연구와 전파에 헌신해온 인사들이 의기투합해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전통주, 된장, 간장, 장아찌 등 부분별로 전통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많지만 발효음식 모든 분야에 교육과 보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인천전통발효진흥원이 유일합니다. 진흥원은 전통발효학교 정규 1기 강좌와 단기과정을 통해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의 메주만들기와 함께 전통술 빚기, 과일·야채 청 등 청교실, 장아찌 교실, 고급주 심화과정, 식초교실, 수제맥주, 칵테일취미반 등 건강한 발효음식에 대한 교육을 통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법들을 전파하는 '전통발효음식 사관학교'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10여년 전부터 전통주 빚기 강의를 해온 유 원장은 '배다리전통주학교' 교장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유 원장에게 배운 제자만 800명이 넘는다. 유 원장은 갈수록 발효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음식은 발효과정이 생략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만든 유기발효식초에는 초산균이 수천가지가 넘지만 공장에서 만든 식초는 빙초산을 희석시킨거지요. 양조간장 역시 발효 대신 콩에 염산을 넣어 분해시킨 뒤 양잿물로 중화시켜요. 소주는 석유화학반응을 통해 얻은 에틸알코올로 만든 주정을 물로 희석시킨뒤 인공감미료를 넣어 달짝지근하게 만들고 막걸리는 그나마 쌀, 밀가루, 옥수수 등 원료를 발효시키는데 12도의 알코올을 6도 정도로 낮추기 위해 아스파탐 등 식품첨가물을 넣으니 몸에 좋을 리가 없죠."

현대인의 주거환경이 농어촌에서 도시로 옮겨가고 일반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뀐 뒤 대대로 이어오던 전통발효식품이 우리사회에서 사라지면서 각종 성인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인천전통발효진흥원은 건강한 식품문화를 선도하는 구심체가 된다는 구상이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 되면서 잃은게 많아요. 지금까지 시골에서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간장, 고추장, 된장, 김치 등 발효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어르신들의 노령화로 어려워지고 젊은 사람들은 방법을 몰라요. 대부분 아파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방법을 알아도 발효식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안되죠. 기왕에 나와있는 발효식품들은 높은 가격 때문에 대부분의 서민들은 사먹을 엄두를 못내요."

유 원장은 전통발효음식의 교육과 보급에 이어 저렴한 가격의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원도심에 있는 어르신들이 발효음식을 만들면 진흥원에서 규격화와 표준화해서 검증을 거친 뒤 신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구매할 수 있는 연결 시스템을 갖추면 자연스레 가격은 낮아지게 되죠. 원도심은 소득이 생기고 신도시는 건강식품을 싸게 먹을 수 있게되는 거죠."

유 원장이 전통주 등 발효음식에 정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덕분이다. 음식의 발효와 석유 정제는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으로 GS칼텍스 부산저유소에 취업해서 근무하던 유 원장이 인천과의 인연을 맺은 건 1998년 당시 월미도에 있던 GS칼텍스의 '국제공인시험기관'의 연구소에 기술책임자로 오게 된 뒤 20년 넘게 살고 있다.

"예로부터 식사는 골고루 제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죠. 전에는 제철음식, 균형잡힌 식단에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저절로 됐는데 요즘은 외식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달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으로 우리 몸이 망가져요. 특히 발효식품과 제철음식은 아이들에게 건강은 물론 성격이 온순해지고 집중력도 좋아지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죠. 또 건강한 노후를 보내려면 젊을 때부터 식습관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런 모든 해법이 전통발효음식에 담겨있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