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신약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蕩子)'는 아버지를 졸라 유산을 미리 받고 집을 나가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빈털터리가 되자 돌아온다. 아버지는 그를 탓하기는커녕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연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은 이 탕아의 남동생을 비춘다.
어린 피터는 아버지와 셋이서 보드게임을 하던 형이 집을 떠난 이후 실종된 형의 멍에를 등에 지고 성인이 됐다. 아버지 역시 보드게임의 순간에 발목이 잡혀 평생을 허우적대며 첫째 아들을 찾아 헤맨다. 같은 상처를 지니고도 끝내 연대하지 못하던 부자는 신원미상의 시신이 실종된 아들의 것인지 확인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함께 여정을 떠난다.

피터는 시신이 형이길 바랐을까. 형이 아니길 바랐을까.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은 아버지와 아들을 통해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소 뻔하고 고리타분한 교훈 일지라도 영화가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깃털처럼 가볍고 순박해 과도한 강요 없이도 어느새 주제에 대한 호소에 도달한다.

여기에 레트로 감각의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풍경이 이 영화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버지 역을 맡은 빌 나이는 전작 '러브 액츄얼리'와 '어바웃 타임'에서처럼 그만이 할 수 있는 내공의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영국 특유의 담백과 능글 사이 어딘가에 있는 해학 코드가 낯선 이들에게는 취향에 따라 영화가 겉돌 수도 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보드게임 '스크래블'에도 영국식 영어를 이해해야만 가능한 난감한 언어 유희가 계속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