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노인 상생기업 '러블리페이퍼'로 익명 200만원 기부
업체 돈 보태 '마스크·소독제' 나눔 … 타지역 동참 잇따라
▲ 16일 인천 부평 동수천로 일대에서 기우진(왼쪽) 러블리페이퍼 대표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나눠 주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기부가 기부를 낳았습니다. 기부금 200만원이 지역사회에 미친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16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역 인근 한 고물상. 전날 모은 폐지를 처리하기 위해 손수레에 한가득 짐을 싣고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보였다.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는 고물상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손 소독제와 면 마스크가 담긴 '안심 키트'를 전달했다. 그는 어르신들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마스크가 필요하시면 받아가세요"라고 말했다.

안심 키트를 받아든 조모(78)씨는 "면 마스크 2개를 빨아서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는데 안심 키트 덕분에 새로운 마스크를 갖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부평의 허름한 이 고물상을 시작으로 전국의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 손 소독제와 면 마스크를 나눠주는 선행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 강원도, 경상도 등 다른 지역에서 총 27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고물상을 찾아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안심 키트를 전달하며 선행에 동참했다.

이번 나눔 릴레이는 지난달 러블리페이퍼로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200만원에서 비롯됐다.
익명의 기부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며 기부금을 전달했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폐지를 구매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이 소식을 들은 또 다른 익명의 기부자는 면 마스크 200개를 기부했다. 이에 러블리페이퍼는 200만원어치 손 소독제를 구매해 총 310개의 안심 키트를 제작할 수 있었다.

키트는 각 지역에서 모집된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한 강승현(32)씨는 "경남 창원시에서 청년들이 몇몇 모여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고 있었는데 릴레이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며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안심 키트에 생필품을 더해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우진 대표는 "최초 기부자와 자원을 해준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릴레이 나눔이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