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근무에 쉬지도 못해최저시급 2244원꼴 불과
"택시노동자를 돈 뽑아내는 기계 취급합니다. 공장 기계 돌리듯 일하다가 모두 죽습니다."
용인에서 10년 동안 택시노동자로 일한 A(62)씨는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전액관리제' 이후 삶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9면
'전액관리제'는 정부가 '완전월급제' 도입에 앞서 1년간 업계에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사납급을 없애고 수익 모두를 회사에 내면 회사는 이를 월급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A씨는 지난해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로 일했다. 24시간 일해 번 수익으로 사납금 20만원 뺀 나머지를 가져갔다. 그렇게 13일 동안 390만원을 벌고, 260만원을 회사에 주면 나머지 130만원과 월급 70만원을 합해 월 평균 200만원을 손에 쥐었다.
그는 올해 1월 1일 이후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12시간 꼬박 택시에서 지낸다. 한 달에 4번 쉬는 날을 빼면 한 달 26일, 모두 312시간 일한다. 그렇게 번 돈은 360만원. 모두 회사에 냈고, 회사가 그에게 준 2월 급여는 70만원이었다. 이를 시급으로 나누면 1시간에 2244원 꼴로 올해 최저시급(8590원)보다 한 참 부족했다.
그는 2월 급여를 받아들고는 이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에 성과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쉬는 것도 맘대로 할 수 없다. 30분 이상 정차하거나 하루 수입이 적으면 징계, 해고한다는 회사 압박 때문이다.
A씨는 "회사를 상대로 반발했다가 되레 불이익을 받기에 나서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택시노동자 B(55)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6시간40분 중 회사가 정한 5시간30분 이상 반드시 손님을 태워야 한다. 이 시간을 넘기지 못하기 일쑤고 월급도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기준금도 기존 사납금 260만원보다 180만원 늘어난 440만원이라고 했다.
정부가 택시노동자의 만성적 고민이었던 '사납금제'를 없애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오히려 택시노동자들의 삶이 더 피폐해졌다.
대부분 업체가 사납금과 유사한 기준금을 만들어 노동자의 수익금을 가로채는 편법을 일삼고 있다.
15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에는 법인택시 업체 192곳이 있다.
노동자는 1만7990명에 달한다. 전액관리제 시행 이전 노동자들은 월평균 184만7087원을 가져갔다. 노동자들은 하루 22만8351원을 벌었다. 이 중 사납금 13만6459원을 내고 9만1856원을 일일 수익으로 가져갔다. 휴무 등을 제외하면 한 달 107만583원이다. 여기에 기본금 77만6504원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 승객을 태운 시간만 '실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회사가 정한 택시노동자 근무시간이 8시간이라면 2020년 최저임금(8590원) 기준으로 하루 6만8720원을 받아야 한다. 이 중 승객을 태운 시간을 6시간으로 가정하면 '6시간'에 대한 5만1540원(2020년 최저임금 8590원 적용)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전액관리제 취지는 사납금 폐지로 택시노동자의 부담을 없애 시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적"이라며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삶이 더 팍팍해졌다. 회사측이 근무환경 개선을 생각지도 않고 우리를 기계가 돈 찍어내듯 돌린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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