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에게 나눠준 한 땀 정성…이만하면 면 마스크 장인
▲ 인천 주안 공단시장에서 수선집 '왕이네'를 운영하는 최인자씨가 이웃들에게 나눠 줄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사비 털어 메르스 때도 나눔 실천
얼굴형까지 고려 사이즈도 차별화






"드르륵 드르륵…."

10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공단시장 내 수선집 '왕이네'에서 이른 시각부터 경쾌한 미싱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싱 바늘이 직사각형 모양의 천 위를 몇 번 오가자 귀에 걸 수 있는 고무줄이 달린 정갈한 모양의 면 마스크가 탄생했다.

미싱 옆 바구니에는 흰색부터 검정색, 분홍색 등 각양각색의 면 마스크 수백장이 쌓여 있었다. 기능성 천을 활용해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형태의 마스크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이 수선집을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는 '면 마스크'를 통한 나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로 35년째 한 자리에서 수선집을 운영해 온 최인자(65)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자 지난달부터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손에 쥐어진 마스크는 또 다시 지역의 어르신, 저소득층, 아파트 경비원 등 취약계층에게 전달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이렇게 전달한 마스크는 700여장에 이른다.

2015년 메르스 때도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눠 준 경험이 있는 최씨는 사비를 들여 기능성 천을 구매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형이 모두 다른 점을 고려해 크고 작은 사이즈의 마스크를 만들 정도로 섬세하다.

그는 "라디오와 방송을 통해 전국 각지의 감염 소식을 접하면서 눈물이 났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선집이 있는 공단시장 주변에는 생활환경이 열악한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수선 값을 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요즘 같은 시기에 마스크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최씨는 "가게를 다시 찾은 손님들이 제가 만든 마스크를 쓰고 계신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당분간 손님과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로 할 때까지 계속 마스크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