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3일 새벽 인천 옹진군 영흥면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급유선과 충돌해 일어난 이 사고로 15명이나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해양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해경 구조대는 야간항해가 가능한 고속단정이 고장 나 어선을 타고 1시간 반 후에야 현장에 도착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 강화돼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부터는 13인 이상 낚시 어선은 구명뗏목을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이에따라 시중에는 6인승, 12인승 등의 구명뗏목이 나와있다. 기준에 맞춰 구명뗏목을 구비하려면 수백만원씩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그런데 현장의 낚시어민들은 처음부터 이들 제품들의 안전성 등에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 앞바다에서 전국낚시어민협회 회원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구명뗏목 시연회가 열렸다. 낚싯배가 뒤집혀 승객이나 어민들이 물에 빠졌을 때를 가정한 시연회였다. 어민협회 측은 해양수산부가 구명뗏목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검증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실행되지 않아 직접 나섰다고 한다. 이 날 시연회에는 전문 다이버 6명과 해상구조안전요원 등이 참가했다. 하지만 첫 시연부터 뗏목이 뒤집힌 채로 뜨는 등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 다이버 3명이 뗏목을 정상 위치로 뒤집으려고 애를 썼으나 꼼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에 있던 어선들이 다이버들을 건져 올려야 했다. 뒤집히지 않은 뗏목도 물에 빠진 사람이 올라타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이 날 시연에서 6명의 다이버가 물에 뛰어들어 뗏목을 향해 다가갔지만 전문 다이버들도 쉽게 올라타지 못해 1명만 탑승에 성공했다고 한다. 뗏목이 자꾸 가라앉고 무게 중심이 잡히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위기 상황에 처한다면 서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지겠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슨 행정이 이 모양인가.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 실효성도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은 구명뗏목을, 영세 어민들이 수백만원씩을 들여 구입하라는 말인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 국민들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