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90여곳 사납금 폐지 운영
근로계약서 미작성·일방제시
기사 다수 급여 모른 채 운행1년 단위 계약·관리비 전가도
노조 "도, 기준을 마련해달라"
▲ 법인택시의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는 '전액관리제'가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기사 대다수가 자신의 급여도 모른 채 운행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6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에 개인택시들이 차선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올해부터 법인택시의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면서 택시노동자가 모든 수입금을 회사에 낸 뒤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로 전환했지만 일부 업체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노동자 대다수가 근로계약서 작성은커녕 자신의 급여도 얼마인지조차 모른 채 '깜깜이' 운행에 나서고 있다.

6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택시월급제' 시행에 앞서 제도 안착 차원에서 올 한해 사납금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전액관리제는 사납금을 전면폐지하고 기사가 수익을 전액 입금하면 월급으로 돌려주는 내용이다.

그동안 기사들은 하루 영업 수익 중 평균 10만원~20만원 정도를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임금으로 가져갔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사비로 채워 넣어야 하기에 승차 거부와 과속운전 등이 횡행했다.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서 영업하는 법인택시는 모두 190여 곳이다. 경기도는 이들 업체 모두 지난 1일부터 사납금제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전액관리제 시행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일부 업체가 '사납금제'와 유사한 편법을 만들어 수익금을 가로채고 있다면서 경기도와 지자체가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들은 월급체계와 업무지원금(세차비·식비·톨게이트비 등)의 지원 여부조차 회사측에서 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성시의 A택시업체 기사 130명은 1일부터 모든 영업수익을 회사에 내고 있지만 사측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급여가 얼마인지 모른다. 기사들은 1월 한 달 급여를 2월 이후 받아야 노동시간과 견줘 적정한지를 알 수 있다.

성남시의 B사 등 일부 업체들은 그동안 근로계약서에 없었던 '1년 단위 계약 조항'을 새로 넣었다. 업체들은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택시운행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의 C업체도 기사에게 8시간 근무 중 6시간40분 동안 승객을 태울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시간 운행을 기준으로 택시요금이 3만원~4만원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25만원을 사측에 내야 해 사납금제 폐지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는 도내 업체 190여곳 대부분이 노사 임금협상 없이 사측이 일방적인 계약서를 내미는 등 이들 택시업체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경기지역본부는 전액관리제 전환에 따른 근무방식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기지역본부는 ▲과도한 실적(수입금) 기준 설정 금지 ▲세차비와 차량관리비 등 비용전가 금지 ▲사흘 또는 일주일 치 수입금 합산 납부 금지 등의 위반 업체를 파악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형태만 전환됐지 기준이 없어 현장은 혼돈 그 자체다. 도가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달라"며 "아직 업체별로 노사교섭 진행 중이고, 1월 급여가 들어오는 2월이 돼야 구체적인 위반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사업구역마다 업체가 있고, 노조가 2곳이 있는 등 반발 양상이 다양해 획일적인 기준을 잡기 어렵다"며 "다만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데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해결점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택시노동자가 번 돈을 모두 회사에 입금시키는 전액관리제(여객법)는 올해 1월부터, 노동시간 주40시간 이상과 기본월급 약 170만원 이상을 보장(현재 주5~28시간 노동, 기본급 50만~140만원)하는 '택시법'은 2021년 1월 서울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키로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