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신체·정신적 고통에 삶 포기하기도
단원고 가족협의회 "재난겪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
경제논리에 첫 삽도 못 떠 … 윤소하 "추경 반영 최선"
세월호참사를 비롯해 재난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치유공간인 '국가 트라우마 센터(가칭 안산트라우마치유센터)' 건립이 기약 없는 상태에 놓였다.
<인천일보 1월2·3일자 19면>
정부가 센터를 짓겠다고 약속한 지 6년이 흘렀지만 경제 논리에 밀려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그 사이 유가족들은 고통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등 위태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 각종 재난·재해로 트라우마를 다루는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을 안산시에 추진해 왔다.
사고 충격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이 하루속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현재 경기도에는 전문적인 트라우마 관련 시설이 없다.
세월호참사처럼 대형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은 트라우마와 함께 신체적 이상도 동반한다.
도내 한 정신건강센터가 2017년 세월호 피해자 건강실태 조사를 한 결과 유가족 239명 중 84.8%가 원인 모를 수면장애와 두통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6.3%는 심각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 생존자 66명 중 66.7%도 신체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는 비용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15년 가까스로 사업추진이 결정됐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서 백지화됐다.
기재부는 세월호참사 직후 임시대책 차원에서 운영된 온마음센터가 있어 추가 설립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놨다.
온마음센터는 정부가 2014년 설립한 정신건강센터다. 심리상담 서비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세월호참사에 상처받은 이들을 돕고 있지만 전문적인 치료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다.
센터 관계자들도 정신건강과 종합적으로 진단·치유할 기능이 없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유가족을 아우르지 못하기에 전문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부터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트라우마센터의 '진료 등 기능 확대'를 정부에 요청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세월호참사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까지 트라우마 증상을 보인 만큼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 및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행히 2017년 정부가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센터 운영 형태에 대한 용역 결과가 나왔고 안산시가 부지 2곳까지 선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설립을 위한 예산편성에 '늑장'을 부리면서 또다시 멈췄다. 정치권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마치지 않는 등 외면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 작업이 7~8월 마무리되는데 용역이 11월에 끝나면서 세우지 못했다"며 "현재 내부에서 계획하는 단계라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검토를 끝내더라도 추경 예산안이 세워지지 않는 한 사업추진은 사실상 어렵다.
윤소하 국회의원(정의당·비례대표) 등이 국회 예산심사과정에서 '센터 건립 추진 예산' 25억원을 증액하려 했으나 여야 정쟁으로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트라우마 관리에 대한 공백'이 풀리지 않는 동안 고통을 호소하는 유가족, 희생자 지인 등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극단적인 선택만 5명, 지병 등 사망은 6명이다.
한상철 0416단원고 가족협의회 트라우마 분과위원장은 "트라우마 시설은 세월호 유가족 외에도 재난을 겪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데 계속 미뤄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이제는 마치'유가족의 이익'으로만 보는 오해도 생겨 목소리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윤소하 의원은 "심리적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 추경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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