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참여정부는 6%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을 30%까지 확충하기로 하고, 4조원의 투자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지역거점병원 시설 현대화를 위한 예산지원이 시작된 계기다. 2013년 초 진주의료원 폐원사태 이후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결과 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발표됐다. 공공의료는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보건의료'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건의료'다. 취약계층 진료를 넘어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 양질의 적정진료 제공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또한 '공익적 적자'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정부는 작년 10월에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금년 11월에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거리마다 병·의원들이 멋진 간판을 뽐내고, 인터넷에는 최고의 명의가 즐비하다. 시도 때도 없이 TV에선 무슨 수술이 좋고 뭘 먹어야 좋다는 건강강좌가 넘친다. 도대체 공공의료가 좋아지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정부에선 끊임없이 공공의료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공공의료가 강화되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병원과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커진다. 수익보다 치료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 과잉진료나 과소진료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많이 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진료를 할 이유가 없다. 가난하다고 순서에서 밀리거나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진다.

둘째, 의료이용이 매우 편리해진다. 큰 병이 의심되면 어느 병원에 누구를 찾아갈지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공의료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주치의가 정해준 병원에 예약된 시간에 가면 그만이다. 환자가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환자의 중증도와 시급성에 따라 평등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병원비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를 해준다.

셋째, 예산이 절감된다. 우리나라 국민의료비는 이제 OECD 평균에 다가섰지만 그 증가속도는 3배에 이른다. 유례 없이 높은 고령화 속도와 낮은 출산율로 볼 때, 매우 가까운 시기에 폭증하는 의료비에 나라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의료비 증가의 적정한 조절이 필수적이며, 이는 공공의료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다. 효능이 좋으나 값이 싸 안 만들던 약품도 생산된다. 과잉진료로 낭비되던 의료비를 더 의미 있는 분야에 쓸 수 있다.

넷째, 질병 예방과 환자의 안전이 강화된다. 메르스사태에서 알 수 있었듯 지금 병원에서 환자 안전은 우선이 되기 어렵다. 수익이 없는 예방과 환자안전에 대한 투자는 최소한에 머물고 있다. 모든 질병은 예방이 최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자의 안전과 질병예방에 주안점을 두는 의료는 공공의료다.
다섯째, 사회적 격차 해소에 중요하다. 의료비로 인한 가정파탄이 2015년 4.38%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고, 저소득가정일수록 심하며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공의료는 의료비로 인한 가정파탄을 최소화한다. 또 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의 지역 건강격차 해소방안은 공공의료 확대뿐이다.
여섯째, 공공의료 확충으로 생기는 일자리는 덤이다. 2015년에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 생산당 취업자 수)는 14.7명으로 자동차 8.8명, 반도체 3.2명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다. 바이오, IT헬스산업 등 신산업 분야로 확대가 가능해 일자리 창출 전략의 주요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의료 확충은 공공적 운영을 전제함으로 같은 규모의 민간분야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공공의료 확충은 행복한 나라를 이루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30-50클럽(1인당소득 3만불, 인구 5000만명) 가입을 달성했다. 이에 부응해 복지선진국가 반열에 오르기 위한 기본적 자격인 '필수의료의 지역격차 없는 포용국가 달성'을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 공공의료 확충에 매진해야 할 때다. 광역단체 중 공공의료의 역할과 비중이 가장 적은 인천광역시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조승연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의과대학원에서 외과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가천의대 교수, 인천적십자병원 원장, 인천광역시의료원 13대 원장을 거쳐 현재 15대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