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견제 없어 질타 목소리
인천 남동구의회 상임위원회가 집행부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안 중 단 한 건의 사업도 삭감 없이 원안 통과하는 이례적인 심의 결과를 내놓아 또다시 '거수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일보 12월10일자 2면>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는 16일 열린 제2차 정례회 상임위 9차 회의에서 2020년도 본예산안을 원안 가결했다고 밝혔다.

본예산안처럼 규모가 큰 예산안이 원안 가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총무위는 구 19개 부서를 총괄한다. 총무위 소관 내년도 본예산안 일반회계는 세입 3300억원 세출 1900억원이다.

특히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던 사업들도 삭감이나 조정 없이 원안 통과됐다. 앞서 총무위 다수 의원들은 구 상징물 변경 사업(1억7000만원)은 불필요하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또 남동구청장의 가족이 개입됐던 남동구민축구단을 지원하는 사업(5억원)은 비용 추계 근거도 명확하지 않아 의회의 질타를 받았다.

이정석 남동평화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의회와 집행부가 같은 민주당이라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기초의회 무용론을 의회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총무위는 민주당 의원 5명, 한국당 의원 3명으로 이뤄진다.

반면 남동구의회 또 다른 상임위인 사회도시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4명, 한국당 의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도시위원회는 소관 부서 본예산안 일반회계 세출예산안 중 7개 사업에 대해 2억7770만원을 삭감해 총무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동구의회 한 재선 의원은 "의원 생활을 하면서 본예산안이 원안 통과 된 것은 처음 본다"며 "정말 부끄럽고 의원직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황규진 총무위 위원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들이 많았고 낭비성 없이 적절히 배정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의원들도 다 찬성해 원안 가결됐다"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