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보유하고 있어 물류하기 좋은 도시다. 그러나 물류가 활성화되도록 제반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삐걱대는 형국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하는 항공화물은 공항주변 자유무역지역이나 해당기업에서 작업 완료 후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통해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항공화물과 관련된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지역과 화물터미널은 이미 주택지 조성 이전부터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항 주변은 배후지와 화물차주차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또 수도권 지역에서 해상운송을 위해 인천항으로 화물들이 운송되어 보관, 하역, 포장, 분류, 혼합작업되는 관계로 더욱 복잡하다.

최근 화물차주차장 문제의 발단은 2022년까지 송도 9공구 아암물류 2단지 내 12만8000㎡ 부지에 화물차 600대 안팎 규모의 주차장을 IPA가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이후다. 주민들은 거주지와 1㎞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해양수산부가 아암물류단지 매립을 결정할 때, 화물차 부지를 고시했지만 인천경제청이 이격거리(1㎞)를 감안하지 않고 송도 8공구에 공동주택 부지를 마련한 것이다. 인천시는 송도 9공구 아암물류 2단지에 화물차주차장 대체부지를 마련하라는 주장이다.

이렇듯 각 기관 간 업무협조 미흡과 지역주민과의 사전협의 없는 계획으로 서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차주차장은 주거지 인근에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그런데도 사전 준비 없이 하다 보니 민원을 자초하는 형국이 되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화물차 전용도로, 신항 철도인입선, 도심권 교통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연장, 인천신항 진입로와 교량건설, 주차장 조성, 신항 지하차도 건설, IC신설 문제도 인천신항이 조성된 후 3~4년이 지났지만 어느 것 하나 되는 것이 없다. 어느 누구도 내가 먼저 해결해 보겠다는 주인의식 부족과 시기를 놓친 늑장 행정의 표본으로, 결국 인천항 발전의 저해요인이 됐다.

화물차주차장은 서로가 편하기 위해 있어야 하는 필수 시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류활동은 제품생산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선박이나 항공기로 화물을 운송하려면 컨테이너 작업은 필수이며, 화물차 전용주차장과 화물 작업장은 있어야 한다. 2030년까지 북항, 남항, 신항 주변에 약 229만평의 배후지가 조성되어 많은 물류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 화물처리와 관련된 인프라 준비 부족으로 발생되는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불편으로 돌아온다.

현재 인천신항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인천항 전체의 60%를 넘고 있다. 추가로 2025년 이후에는 300만TEU의 물동량이 신항에서 처리된다. 앞으로 더 많은 화물자동차가 운행될 것이고 화물차 전용 주차장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더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인천은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화물주차장 용적률도 전국에서 꼴찌다. 인천에 등록된 화물자동차는 지난해 기준 18만9309대다. 반면 화물차주차장은 공영 9곳 1472면, 민영 28곳 3551면 등 모두 5023면에 불과하다. 전체 화물차의 2.6%에 해당하는 주차장만 확보돼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인천항은 인천 등록 화물차만 이용하는 것도 아니어서 차고지 부족난은 더욱 심각한 현실이다.

인천시가 2012년까지 아암물류 2단지에 화물차 공영차고지 650면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초공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화물운송업계는 주차공간 확충을 주장한다. 지역주민들은 주민생활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화물차 야적장 조성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아암물류단지와 북항배후단지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물동량 증가는 곧 입주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취업유발 효과로 나타난다. 이런 긍정적 효과만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인천시와 경제청, IPA 등 관련기관이 마음을 열고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묘를 살려야 한다. 결국 해답은 친환경이고 상생이다.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지역주민의 아픔도 달래고, 오랜 숙원사업도 해결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해법이 마련되도록 모두 힘을 모아보기를 기대한다.

/김광석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