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내 미쓰비시(삼릉·三菱) 줄사택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등학생들에게서 나와 눈길을 끈다.

인천고 학생 519명은 최근 일제 침략의 흔적이 남아 있는 미쓰비시 줄사택 철거를 막아 어두운 역사를 기억할 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해 달라는 탄원서를 부평구에 보냈다. 미쓰비시 줄사택이 너무 낡아 철거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다. 그렇지 않아도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과는 달리 구는 주민시설 조성을 위해 줄사택의 상당 부분을 철거한 상황이다.

그래도 각계에서 미쓰비시 줄사택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자, 구는 일단 원형 보존보다는 주변상황을 고려한 기록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일본 군수공장에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살던 합숙소다.

건물이 다닥다닥 줄지어 붙어 있어 '줄사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 남은 유일한 미쓰비시의 흔적이다. 줄사택은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1천여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줄사택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낡은 데다 대부분 빈집으로 방치되자 주민들의 재개발 요구가 빗발쳤다. 구는 2017년과 올해 주민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 건립 대상 부지에 있는 줄사택 3개 동을 철거했다. 구는 당초 줄사택 일부를 보존해 이곳에 박물관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더욱 굳히는 결과를 낳는다는 주민 반발로 해당 계획을 접기도 했다. 구는 기록화 사업의 첫 단계로 이달부터 2020년 3월까지 줄사택에 대한 실측조사와 현황도면 작성, 해체공사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한다.

아울러 내년 말까지 기록화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아픈 역사에 기억할 가치가 있다면, 무분별한 시설 철거는 또 다른 역사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전시를 하더라도 건축물 일부라도 그 자리에 없으면 기억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는 줄사택의 역사성을 꼼꼼히 살펴 역사문화유산 보존에 힘을 쏟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