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은 관내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것에 왜 이리 집착하는가. 촬영 지원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 비해 지역 홍보는 '반짝 특수'에 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음에도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강구 인천시 연수구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연수구가 SBS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에 2억2000만원을 쓰고 200만원 효과도 얻지 못했다"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 드라마와 관련해 연수구가 홍보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질타했다.

지자체가 드라마 촬영에 예산을 지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옹진군이 7억8000만원을 투자해 만든 MBC드라마 '슬픈 연가' 세트장(북도면 시도)은 초기에는 관광객이 조금 있었으나 2~3년이 지난 후에는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폐쇄됐다.
마찬가지로 시도에 설치된 KBS드라마 '풀하우스', 인천시 중구 무의도에 들어선 SBS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섬 접근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드라마 인기만 좇은 결과다.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한 드라마·영화 세트장이 관람객 급감과 사후관리 부실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자체가 드라마·영화 촬영을 지원한 것은 100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대했던 지역 홍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촬영을 위해 설치된 시설물은 운영 적자로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 실미도에 있었던 영화 '실미도' 세트장은 당시 중구 부구청장이 임의로 철거했다가 시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는데 지금이라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드라마 제작 지원을 지역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많다고 지적한다.
종영 후 금세 잊혀지는 드라마 특성을 상기시키면 긴 설명이 필요없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결과적으로 드라마 제작사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데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