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천군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살처분 돼지에서 침출수가 유출 사건 이후 뒤늦게 모든 매몰지를 대상으로 현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천군 매몰 처리 과정에서 지난 10일 돼지 피가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하류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침출수가 유입되지 않도록 긴급 차단 조치를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매몰지는 상수원인 임진강으로부터는 약 16㎞ 떨어져 있다. 전날 인근 소하천을 점검한 결과 침출수 추가 유출은 없었다.

당국은 이 매몰지와 150m 떨어진 소하천 사이에 둑을 2개 설치해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또 전날 밤 연천 현지 점검에 나서 미비한 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정부가 그러나 상수원을 위협할 수 있는 이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틀이 지나 입장을 낸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행정 역량이 집중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뒤늦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 역시 "(침출수 유출) 상황에 대해 인지가 늦었다"고 시인했다. 농식품부는 연천군 현장에 긴급 파견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매몰지 지도·감독 강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매몰 조치가 되도록 하겠다"며 "농식품부·환경부·지자체 합동 점검반을 꾸려 매몰지 101곳이 적합하게 조성됐는지 일제 현지 점검을 하겠다"며 "매몰지 조성에 따른 침출수 유출 우려 등 환경적 우려가 확인되면 즉시 시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인 연천은 취수원에서 11일 시료를 채취했고, 수질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환경부도 4개 지역에서 수질을 검사해 식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침출수 유출은 매몰 돼지를 처리할 대형 용기의 제작이 늦어지자 매몰지에 살처분한 돼지를 그대로 쌓아두고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속하게 농가 돼지를 살처분해야 했다"며 "현장에서 빨리 처리하는 시급성 때문에 살처분한 돼지를 차량으로 운반했는데, 매몰 물량이 많아 작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