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핵심은 사마란치 위원장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것이었다. 20여년 동안 IOC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고사(枯死) 직적의 올림픽을 1988년 서울 올림픽대회를 통해서 회생시키고 1992년도에는 자신의 고향인 바르셀로나에서 올림픽대회를 치른 사마란치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3명의 IOC 위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었다. ▶한국의 김운용 당시 IOC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자크로게와 딕파운드 위원들이 사마란치 위원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고 사마란치의 표심이 김운용 씨에게 ...

얼마 전, 필자는 영화 (2005)이 개봉 된 지 10년 만에 다음 달에 재개봉 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할리우드 영화들 중 하나이기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기대감에 마냥 흥분이 됐다. 오늘 독자들에게 소개 할 영화 (2006)또한 2007년 국내에 개봉 되었다가 만 7년이 흐른 작년에 재개봉 되었던 영화이다. 영화 는 영화 (2013)의 감독으로 많이 알려진 뮤지션 출신의 존 카니의 연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세련되고 잘 짜여 진 각본의 할리우드식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

성호(聖號) 외며 십자가를 긋지 않으면 밥을 못 먹게 했던 부모님이셨다. 당신의 부모님이 그랬고, 그 당신의 부모님께서도 그러셨듯이 말이다. 제일 큰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 숟가락을 들라치면 사나운 눈초리를 쏘아붙이며 저지하는 것은 늘 어머니 몫이었다. 밥상에 팔꿈치 대고 밥을 먹어서도 안 되고, 말을 하거나 일어났다 앉았다 어수선 떨어서도 안 되었다. 밥상머리에 놓인 모든 음식은 약식 절차를 거쳐야 했고, 다 먹었다손 치더라도 웃어른의 허락이 떨어져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이러했던 상황은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그 삼엄함이...

지난여름은 뜨거웠다. 수년래 느껴보지 못했던 상쾌한 열기였다. 젊은 음악팬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천 최초의 국립박물관이 될 '세계문자박물관'의 유치, 지구촌의 시선을 한데 모았던 프레지던츠 컵 대회 등이 그 주역이었다. ▶이어 지역의 정체성을 되찾고, 그 효소를 잘 발효시킨 공동체의식을 향기롭게 나눠 누리자며 50여 년 만에 실천한 '문학산 개방 고유제(告由祭)'는 지역 발전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는 간절한 애향심의 발로여서 더욱더 감회가 컸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준 또 하나의 주역은 '인...

태국 국경지대의 캄보디아 난민촌은 처참함의 극치였다. 1980년 초 C일보의 국제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캄보디아의 난민촌을 찾은 적이 있었다. 크메르 루즈 정권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신체가 온전한 경우가 드물었다. 고문을 심하게 당해 불구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사람들도 많았다. 크메르 루즈의 킬링필드에서 180만명 이상이 희생되었고 그 이상의 난민들이 인접국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가 더 존경받을 수 있다고 하면 혹시 부패한 사고의 소유자로 지목받게 된다. 배금주의를 숭상하는 속물이라는 낙인이 붙을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청부(淸富)보다 청빈(淸貧)을 더 정당한 사회인식으로 인정하는 것 같다. 불행한 부자가 없다고 하면 세상 이치를 잘 모르는 소리라고 손사래 칠 일이다. 준비되지 않은 부자, 졸부(猝富)들은 자칫 불행한 부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한두 번도 아니지만 로또가게 앞에서 자동과 표기, 둘 중에서 결정하기를 망설이며 기웃거린다. 지난 밤 꿈이 길몽이라는 나름대로의 ...

우리가 군함을 보유하기 전부터 인천항은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1883년 인천항을 정식 개항하기도 전에 열강은 제집 드나들듯 입항해 무력을 과시했다. 각국 군함들은 1896년 9월 2일 고종의 탄일을 맞아 21발의 예포를 각기 쏘기도 했다. ▶일본에서 지금도 해군의 신(神)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도조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도 1901년 군함 6척을 이끌고 인천항에 왔고, 독일의 '가이슬러', 미국의 '레미' 영국의 '그린펠', 이태리의 '팔람보' 러시아의 '시릴' 제독 등도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가 최...

10여 년 전만 해도 전복은 해산물 중에서 귀물(貴物)에 속했다. 제주도에서 신선한 전복 맛을 보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해녀가 막 잡아 올린 전복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지만 전복죽에서 전복 그림자라도 찾아보겠다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이었을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어부들의 부두(Fisherman's Wharf)'에는 식당들이 많고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필수 관광지이기도 하다. 언론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이곳에서 전복 스테이크를 잘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큼직한...

"오늘 아침에도 내가 뭘 했는지를 몰라. 아니 내게 아침이란 게 있나. 한 아마 12시쯤에 일어났었지. 사실 내 맘은 이렇지 않은데. 하고 싶은 거 많고, 그 곳에 몸을 담고, 의미 있는 1분을 살고 싶어도, 시간은 가는데나의 미래가 being like 띵띵 불어버린, 오늘도 내 점심은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악동뮤지션이라는 듀엣의 노래가사 일부다. 백수 청년의 하루를 다룬 듯하다. 가사는 재미있지만 듣고 나면 뒷맛은 쓰다.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일자리를 나누어 청년 고용...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승객을 400~600명까지 탑승시킬 수 있는 A380이나 B747과 같은 대형 여객기로부터 200~300명을 태우는 B777이나 A330 같은 중형기에 그리고 100여명 안팎의 소형 여객기들을 두루 구비하고 있다. 국토가 워낙 커서 항공 노선이 거미줄처럼 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에는 50여명 안팎이 탑승하는 프로펠러기를 투입한다. 각기 다른 항공 노선의 수요에 맞게 크고 작은 여객기를 투입하는 것이다. ▶런던의 금융인이 업무 차 미국 미네소타주의 북부도시 둘르스(Duluth)를 ...

고양시에서 서울로 가다보면 구파발 사거리를 만나는데, 그 동쪽에 아파트 단지로 둘러 싸여 있는 이말산이 있다. 이 이말산에 조선시대 무덤 1700여 기가 밀집되어 있고, 여기에 조선시대 역관을 비롯하여 내시와 궁녀 무덤이 다수 있다. 그런데 이 무덤 중 내시와 궁녀처럼 연고가 없는 무덤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여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무덤의 봉분은 깎여 평탄화되었고, 석물도 넘어져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말산에는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 세상 사람들에게 유럽 문명...

일본이 올해로 21번째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중국도 첫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축하할 일이다. 반면에 우리는 세계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으로서 아슬아슬한 휴전(休戰) 상황을 헤어 나오지 못한 서글픈 처지에서 받은 평화상이 유일하다. ▶수년 전부터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모 시인이 '문학상'을 받으리라고 보도해 왔다. 그러나 그 같은 보도는 수상자 결정 추이로 봐 결코 쉽지 않은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문학상은 대개 원저가 구미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져 왔던 게 통상적 예였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 정작으로 고와서...

19세기말 미국이 빈부격차로 갈등을 겪던 시절, 사회주의 작가로 주목 받던 잭 런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강철군화'라는 계급투쟁 소설을 통해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던 그가 100년도 훨씬 더 전에 우리나라에 왔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는 1904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진 러일전쟁 취재를 위해 미국의 한 신문사 종군기자로 제물포(지금의 인천)에 상륙했다. 그리고 쇠락의 길에 접어든 조선의 모습을 기록했다. '조선사람 엿보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에서 작가는 놀랍게도 먼 미래까지의 시간을 꿰뚫어 보고 현재의 ...

수원시는 지난 8월21일 문화교육국장과 미술관추진단장 명의로 현대산업개발에 공문을 한 장 보냈다. 필자가 수원시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여 받은 공문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2. 귀사에서 건립한 미술관이 개관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수원지역 일부에서는 '시민 혈세로 아이파크를 홍보하는 수원시와 귀사를 규탄하고, 특혜의혹을 운운하며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등의 반대 여론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문을 보내게 된 경위는 3항에서야 나온다. "3. 또한 지난번 수원시 의회 임시회에서 '수원시립아...

예나 지금이나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신변에 위험이 따르므로 신(神), 사람, 짐승, 나무 등에 빗대서 진실을 밝혀내는 통쾌함과 서민의 애환을 웃음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 우화(寓話)입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읽어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의 작자 이솝(Aesop)은 그리스의 전쟁 노예였습니다. 는 약육강식의 냉혹한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이유로 기독교 윤리가 지배하던 중세 서구에서는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이 누락되거나 후세 사람들이 손을 대서 원본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