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이 수년째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치 노력을 하는 지자체들과 이전을 추진하는 한예종 모두 속앓이를 한다. 관할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전계획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감시한에 임박해 졸속추진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이전계획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한예종·문체부·지자체에 따르면 한예종은 2025년까지 현 서울 캠퍼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 내 조선왕릉인 의릉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따른 것이다.
문체부와 한예종은 석관동 캠퍼스 외 서초동(예술의전당), 종로구 와룡동(대학로) 등에서 예술원 6개를 포함한 캠퍼스 통합 이전과 석관동 캠퍼스만 이전하는 방안 등 두가지 계획을 고려했다. 그 후 이전 부지 선정 작업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2011년~2016년 3차례 진행했다.

이 때 고양·과천을 비롯해 인천과 서울 서초·송파·노원구 등이 유치를 희망하면서 이들 지자체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유치전을 벌여왔다. 고양시는 부지와 기숙사 제공 등을 내걸었고, 과천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과학관이 위치한 선바위역 일대를 부지로 선정하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천시는 서구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인근 부지(18만㎡ )를 제안했다. 용역조사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들 역시 유치 의사를 보이며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그런데도 문체부가 지난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한예종 이전 논의를 중단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부지 선정은 안갯속에 가려진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들은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고, 한예종 역시 걱정만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한예종은 우리나라 유수의 예술대학이다. K팝과 같은 한류를 이끄는 인재를 배출할 만큼 역량을 지니고 있다. 흔들림 없는 한예종의 학교운영은 우리나라 문화예술 경쟁력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전 추진의 열쇠를 문체부가 갖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한예종 부지를 결정해 국내 문화예술의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자체들의 행정력 낭비를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