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시절 '남모른 비리' 심리적 압박 비극적 선택
▲ 26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 내 원천저수지 한 수변 데크에서 도태호 수원제2부시장이 투신해 숨졌다. 사진은 투신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 과학수사관들. /연합뉴스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도태호 수원시 제2부시장은 그동안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왜 극단적 선택했나

도 부시장은 경찰에서 뇌물수수 혐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국토교통부 기조실장이던 2010년 모 토목업체측으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 20, 21, 25일 모두 세 차례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소환이 있을 때는 수원시에 연가를 신청하고 서울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도 부시장은 숨지기 전날인 25일 밤 서울 미근동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 도로 관급공사와 관련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부 혐의(약 5000만원)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혐의 일부를 인정함에 따라 이날 오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그가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자 '강압수사' 등의 논란을 차단하느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야 조사는 물론 강압수사는 없었다. 변호인이 입회하에 영상진술 녹화실에서 진행했다"면서 선을 그었다. 경찰은 도 부시장이 숨지면서 이번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전망이다.

그는 2014년 9월 민간 건설업자로부터 룸살롱 술접대를 받고, 특정 기업의 법인카드를 갖고 있던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원시 '충격'

"조금 전까지 회의 등 일정에 다 참여하셨는데…."

도태호 제2부시장의 사망 소식에 수원시 공직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도 부시장은 사망 당일 일정을 전부 소화했고, 다음날 일정까지 참여할 의사를 밝힌 터라 직원들의 충격은 더했다.

그의 비보 소식이 전해진 시각은 오후 4시20분쯤. 하지만 직원들은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앞서 그는 오후 2시30분쯤 공식행사를 마치고 개인 볼일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시청사를 나섰다. 이어 택시를 타고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그가 10여분 동안 호수공원 테크를 걷는 마지막 모습이 공원 방범용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날 도 부시장은 오전 8시 확대간부회의를 시작으로 11시에 전통시장을 방문, 오후 2시에는 자동차관련 업체들과의 업무협약식(MOU)에 참여하는 등 일정을 문제없이 소화했다.

그는 27일 오전 군 공항 관련 브리핑 참석유무를 묻는 직원에게 "알았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랬던 도 부시장의 사망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직원은 "부시장님 표정이 조금 좋지 않긴 했는데, 무슨 이상한 행동이나 그런 것은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오후 4시50분쯤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한 간부직원들도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시는 27일 예정된 도 부시장 주재 군 공항이전 관련 브리핑, 인사위원회 등을 연기했다.

#유가족 망연자실…부인 실신

남편의 비보를 듣고 오후 5시39분쯤 도 부시장이 있던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들어 선 부인 A씨는 그대로 실신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내 몸을 가눈 A씨는 휠체어를 타고 소생실로 이동 도 부시장을 확인했다.

숨진 도 부시장의 시신은 부인의 확인을 거쳐 안치실로 옮겨졌다.

시청 공무원들은 퇴근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가족을 위로했다.

/정재석·김현우·이경훈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