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수원시 인권센터 권고에 중앙정부 제도 개선
2015년 전국 최초로 제기한 수원시 인권센터의 '지방공무원 시험 중 화장실 사용 허용' 권고안이 2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지난 23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치러진 지방공무원 7급 공개경쟁신규임용시험에서 응시생들의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이 허용됐다.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임산부·중증장애인 등을 제외한 일반 응시생이 시험 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 인권센터의 권고에 따라 중앙정부의 제도가 개선된 최초 사례다.

지금까지는 공무원 시험 중 응시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시험장 뒤편에서 남자는 서서, 여자는 우산 등으로 가림막을 친 채 비닐 봉투에 소변을 봐야 했다.

시험장을 벗어나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재입실이 허용되지 않았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2년 전인 2015년 6월 지방공무원 공채 시험 당시 화장실 이용을 제지당한 응시생의 항의로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이와 같은 화장실 이용 제한은 응시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수원시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수원시는 인권센터의 권고가 타당하다고 보고 같은 해 7월 경기도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도 역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행정안전부의 적극적 개선을 구하고자 수원시 인권센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같은 해 9월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진정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 수원시 인권센터의 권고 내용대로 행정안전부 장관·인사혁신처장에게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과 관련하여 시험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거나 응시자에게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여, 응시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9월 "연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년 전 처음으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했던 수원시 인권센터 박동일 시민인권보호관은 "지방 인권센터의 권고가 중앙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자치분권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는 요즘 중앙과 지방이 서로 소통·협력하며 시민 인권보호 정책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