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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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김보경, 미국에는 유소연 선수가 각각 활약 중이다. 이들에게는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공통점이 있다. 스포츠에는 오로지 승리와 우승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런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바로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이 선수들의 면면을 조명하고 싶다.

▲김보경
생년월일 1986년 12월22일, 입회년도 2004년 8월, 신장 165㎝, 소속사 요진건설산업.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경기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작년 김희정 선수가 보유한 기존의 236경기 출장 기록을 경신하며 13년의 베테랑 선수로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금년 초까지 248경기 기록으로 타의 추종을 불사하는 기록을 매주 세우고 있다. 그러는 동안 4번의 우승과 컷 탈락은 24회니 본선 진출율 90퍼센트에 이른다. 2006년부터 11년간 매년 상금 랭킹 톱20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에 검게 그을린 그녀의 몸. 언제나 그녀의 백을 메고 필드의 조력자로 함께하는 아버지. 효녀골퍼라 소문난 그녀. 어느 부녀지간에 이런 사이가 또 있으랴. 올해도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대회마다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묵묵히 필드 위를 활보한다.

마지막 우승은 2015년이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비록 국내의 톱 클래스급 선수는 아니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반짝 떴다가 쉽게 사그라지는 선수들보다 우리 가슴에 깊게 자리하는 것은 트로피 하나 더 받는 영광보다 철저한 체력관리와 모든 면에서 든든함과 우직함을 보이는 성실함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최고의 영예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최다 출장기록이 다시는 꺼지지 않을 난공불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소연
생년월일 1990년 6월29일, 입회년도 2007년 10월 (KLPGA) 2012년 (LPGA), 신장 168㎝, 소속사 메디힐골프단.
이번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활약하는 유소연 선수의 이야기를 하자. 지난 4월 그녀의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인 ANA 인스피레이션 대회로 그녀의 숨은 성실함과 꾸준함이 다소 희석된 감은 있지만 그녀의 신기록 행진을 살펴보자.

유소연은 2008년 데뷔를 한 이후 한국과 미국투어를 통틀어 한 번도 상금랭킹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KLPGA투어에선 데뷔 해 2008년 상금랭킹 6위, 2009년 2위, 2010년 4위, 2011 년 3위를 기록하는 등 4년간 8승(2015년 1승 포함 통산 9승)을 수확했다. 2012년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2011년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뒤 직행티켓을 따내고 2012년 데뷔 첫 해 상금랭킹 6위, 2013년 5위, 2014년 5위, 2015년 8위, 2016년 10위로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유소연에게 숨어있는 저력인 3가지 기록이 더 있다.

첫 번째는 연속 컷 통과다. 2014년 9월 에비앙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실수로 변형된 퍼터를 사용했다가 실격 당한 이후 레인우드클래식부터 현재까지 56경기 연속 컷 통과에 성공했다. 부주의로 그 퍼터를 쓰지 않고 컷 통과를 했었다면 그 기록은 더욱 더 빛났을 것이다. 현재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 중에선 최다 연속 컷 통과 기록이다. 역대 최다 연속 컷 통과 기록은 폴라 크리머(미국)의 82경기(2010∼2014년)다. 두 번째는 10위 이내로 경기를 끝낸 '톱10 피니시'다. LPGA 진출 이후 2012년 7경기에 이어 2013년과 2015년, 2016년에는 10경기씩 '톱10' 이내의 성적을 냈다. LPGA 투어에서도 이 정도 꾸준함을 보여주는 선수는 드물다. 세 번째는 평균타수다. 2012년 70.30타로 2위에 오른 이후 2013년 70.29타(4위), 2014년 69.98 타(4위), 2015년 70.32타(7위), 2016년 70.07타 (6위), 금년 시즌 68.083타(1위)로 시즌 1승이지만 상금은 859,936불로 랭킹 1위고 세계 랭킹도 리디아 고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들에게 화려한 스타의 관을 씌우려는 게 아니다. 화려해 보이는 스포츠 스타의 이면에 그들의 꾸준함과 끈기 그리고 그들의 자기 관리 방식. 꾸준함과 평탄한 기록을 보이다 보면 우승을 저절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
금년에도 이 두 선수의 한결같음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볼거리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