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천지역 피해접수 1316건
전국 평균 2배 … 전용쉼터 1곳 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한가위 명절을 앞둔 9월 초.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아들 내외로부터 정신·육체적인 학대를 당한 70대 할머니가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학대 행위자인 아들 내외는 재산을 물려받은 이후 홀몸의 노모를 찬밥신세 취급했다. 노모에게 "집을 나가라"를 모욕적인 말과 함께 수년 간 학대한 것이다.

할머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갈 곳이 없어 인천의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로 오게 됐다.

10월2일 제20회 노인의 날을 앞두고, 노인 학대 발생률이 높은 인천에서 학대피해노인을 위한 전용쉼터가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노인 학대가 느는데다 올해 7월부터 경찰에 접수된 노인 학대 사례들이 노인 전문 기관으로 이관돼 쉼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피해 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9일 보건복지부가 올 6월 발표한 '2015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지역 노인 학대 발생률은 전국에서 상위권에 속했다. 전국 16개 시·도 전체 노인 학대 신고접수 평균 건수는 744건인 반면 인천은 1316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1578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노인인구수 1000명 당 노인 학대 신고 접수율은 인천이 가장 높았다. 인천은 4.2명으로 평균 1.8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인천에서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는 단 한 곳뿐이다. 2011년 개소 이후 입소 정원 5명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경찰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노인 학대 사건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6월까지 쉼터 이용 노인은 총 216명이다. 1일 평균 입소인원은 3.05명이다.

학대 피해 노인은 쉼터에서 전문 상담 서비스를 받고, 심신 치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정신적·육체적 회복 기간을 갖는다.

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입소 인원이 많을 때 협약을 맺은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학대뿐만 아니라 노인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쉼터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쉼터 이용 문의나 노인학대 신고는 시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으로 하면 된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