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친구와 함께 읽고 매월 문화예술 체험 활동
▲ 아이들이 동아리 발표회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꿈나무도서관

골목 곳곳을 누비던 천방지축 꼬마들이 유일하게 얌전히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있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동안 고이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보따리를 스리 슬쩍 풀어내는 날, 아이들 웃음소리는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 아이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쫑긋' 귀를 세웠고 어르신들은 마치 손자들을 바라보듯 다정한 눈빛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래도록 지속되어오던 정겨운 모습은 어느새 시간의 흐름 속에 추억이란 벽에 갇히고 말았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고 듣기보단 진학을 위해 문제집에 시선을 꽂았고 어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소통의 끈을 놓아버렸다.

차갑디 차가운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지역의 소통과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내고 있는 곳이 있다.

2009년 인천 남동구에 뿌리내린 마을공동체 '꿈나무도서관'. 그들이 걸어온 아름다운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이곳은 전형적인 도서관의 모습과 상이하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 대신 편안한 바닥에 누워 친구와 책장을 넘긴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고심 끝에 골라낸 책 한 권을 들고 자리를 잡으면 도서관에 흩어져있던 아이들은 이내 할아버지 곁을 에워싸고 눈을 반짝인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들을 펼친다. 3월에는 우리 엄마를 읽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의 요리를 담아낼 도자기를 직접 만들었다. 엄마의 수고와 소중함을 떠올리며 고사리 손으로 요리조리 매만져 완성해 낸 작품들은 조금 어설픈 모양새였지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4월에는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눈에 담았다. 도심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별자리와 토성을 관찰하고 자신의 눈으로 본 모습을 그대로 손으로 옮겨와 별자리 판을 만들었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마을 내 나무를 돌보기도 한다. 제각기 뽐내고 있는 푸른 자태를 감상하고 사진기에 담아 지역 내 나무 현황을 주욱 써 내려간다. 이달부터는 멋들어진 이름표를 제작해 관심을 기울이지 못 했던 나무의 목에 걸어줄 예정이다.

난타, 종이접기, 창의미술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매년 열리는 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 한마당을 통해 선보인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동아리도 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동화책을 골라 유익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 읽는 맘', 단조롭고 딱딱한 그림을 포토숍과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역동적으로 표현해내는 '움직이는 그림책' 모임은 도서관은 물론 방과 후 학교 등 외부 초청도 잇따르고 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던 엄마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꿈나무도서관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꿈을 꾸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에요. 또한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지역 내 쉼터와 소통의 공간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죠. 더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았으면 합니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한 그루의 꿈나무가 주민들의 예쁜 꿈과 희망을 가득 품은 채 자라고 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