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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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학 박사

작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사회를 관통했던 키워드들이 있다. '3포세대', '5포세대'를 거쳐 사회구조상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N포 세대'가 있다. 뛰어난 조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겪는 젊은 세대를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이케아 가구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이케아 세대'도 있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다는 흙수저, 금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있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갈 수 없는 현실을 자조적인 표현으로 만들어낸 용어들이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꿈은 삶의 동력이 된다. 꿈이 있어야 노력을 할 수 있고, 노력을 해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질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을 꿀 수 있는 토대가 필수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생물학적 생존만을 위한 길을 맹목적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다.

영화 <가타카>(1997)는 사회구조상 계급의 장벽을 타파할 수 없는 '흙수저' 주인공의 꿈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가까운 미래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SF 영화이다. 이 영화는 이미 20년 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부의 척도에 따라 계급을 나눈 '흙수저, 금수저'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흙수저, 금수저'가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재산을 토대로 계급화가 원인이라면 <가타카>에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 즉 과학이 계급화의 원인이 된다. 혹자들은 미국은 편견과 차별이 우리나라에 비해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태생 자체가 다민족, 다문화였던 미국은 편견과 차별의 종류와 정도에 있어서 훨씬 더 다양하고 깊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타카>가 형식적인 측면에서 SF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인 측면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영화 <가타카>의 스토리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열성인자를 제거한 완벽한 인물로 태어난 동생 안톤에 비해, 형 빈센트(에단 호크)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태어난다.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흙수저, 빈센트는 결코 엘리트가 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꿈인 우주비행사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지만 번번이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엘리트들에 의해 좌절된다. 하지만 빈센트는 자신의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꿈을 성취하기 위해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태생적 엘리트인 제롬(주드로)의 신분을 사게 된다.

빈센트는 제롬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하게 되고, 결국 우주항공회사인 가타카에서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보다도 우수한 능력을 선보이며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행성탐사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우주로 떠나기 1주일 전, 가타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빈센트의 속눈썹이 사건 현장에 떨어지면서 빈센트는 자신의 가짜 신분이 들통날 위기를 맞이한다. 제롬의 도움으로 빈센트는 가까스로 여러 번의 위기를 탈피하고 결국 우주행성 탐사에 나서게 된다.

반면, 꿈이 사라졌던 제롬은 빈센트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면서 극 안에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어느 순간, 자신의 목표와 빈센트의 목표가 동일하게 된다. 빈센트가 우주를 향해 떠나던 날, 제롬은 빈센트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사용했던 소각로에 스스로 들어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소각하면서 자신의 흔적만 남기게 된다.

20년 전, 개봉됐던 이 영화는 현재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태생적 한계로 하층 계급을 벗어날 수 없었던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상층계급의 사람들과의 버거운 싸움을 위해 죽을 각오로 노력을 하게 되고, 결국 그토록 갈망했던 경로에 자신을 올려놓는다.

감독은 이러한 영화 속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대사를 선택했다. 빈센트는 동생 안톤과 두 번의 수영시합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과 대사를 한다.

"안톤은 그가 믿고 있는 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리 약하지 않았고 그것이 다른 모든 것도 가능하게 했다."

"난 절대로 돌아갈 힘을 남겨두고 수영하지 않아. 이게 내가 하는 방식이야."

우리는 '흙수저, 금수저' 라는 용어를 통해서 자신의 처한 상황을 비관하기도 한다. 물론, 사회구조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한 현실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자신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고, 우리가 강하다고 생각한 사람도 그리 강하지 않을 수 있다. 주인공의 대사처럼 우리도 한 번쯤은 두려움과 후회 없이 돌아갈 힘을 비축하지 말고, 꿈을 향해 전력질주 해야 한다. /영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