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슬픈 역사' 산곡동 영단주택 관련 보고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부평역사박물관이 편 <산곡동 87번지 부평 영단주택>이다.
이 책은 부평에 있는 일제강점기 육군조병창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에 임대할 목적으로 개발된 부평 영단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부평 영단주택은 1941년부터 1943년 경인기업주식회사에서 한옥 형식으로 임대 주택과 합숙소를 건설해 운영했고, 이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주택영단이 인수했다. 이어 1944년 일본식 임대 주택을 추가 건설해 통합했다.
이곳 주민들은 경인기업주식회사가 건립한 주택을 '구사택', 조선주택영단이 건립한 주택을 '신사택', 이 둘을 합쳐 '산곡동 영단주택'이라 부른다.
신동욱 부평역사박물관장은 “이곳은 재개발 부지에 포함되어 철거가 임박했다”며 “철거 이전에 기존 조사를 보완하는 입장에서 재조사를 실시했고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합숙소를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평역사박물관은 산곡동 영단주택의 마지막을 담는다는 사명감으로 조사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산곡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및 주택 소유주의 협조를 받아 합숙소 1개동(산곡동 87-218∼221번지)를 조사 대상지로 선정해 현장조사와 실측을 벌였다. 사진은 오석근 작가가 촬영했다.
이 책은 학술편과 자료편으로 구성됐다. 학술편은 산곡동 영단주택의 조성과 변화, 생활문화 등이 소개됐다. 자료편에서는 이 곳에서 삶을 지탱한 부평주민들의 구술과 에세이, 사진 등을 비롯해 풍경이 담겼다.
산곡동 사람들 이야기에는 봉다방 최정숙씨의 '해를 보는 게 부끄러워서 버텨 낸 거야', 회락춘 유치부의 '세월을 지켜온 맛', 백마극장 김옥랑씨의 '영화를 싫어한 영화관 주인', 거리의 미술 이진우씨의 '산곡동 동네 화가', 한동규씨의 '이 길옆에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작은 비석 하나 있었으면'이 구술됐다. 이어진 산곡별곡이란 제목의 에세이에는 영단주택의 골목과 시장, 점포, 담장 칠판 등이 써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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