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회> 언론인 

대도시를 벗어나 1830년부터 대도시의 화가들이 파리 남쪽 70km 떨어진 발비종 마을에 모여들었다. 우리가 잘 아는 '만종', '이삭줍기', '양치는 소녀' 등으로 유명한 장 프랑스와 밀레를 위시하여 루소와 코로 등 80여명의 화가들이 작은 마을에서 살면서 자연과 농촌 풍광을 캔버스에 담았다. ▶이보다 30여년 후 1860년 대서양 연안 브르타뉴 지방 남쪽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퐁따벤에도 화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통의상을 즐겨 입는 주민들과 산과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화가들의 화폭을 채웠다. 초기에는 영국이나 미국계 화가들이 많았으나 1886년 폴 고갱이 퐁따벤에 합류한 후 발비종과 함께 프랑스의 주요 화파(畵派)로 미술사에 기록되고 있다. ▶파리 남쪽에 있는 발비종은 언론사 파리특파원 시절 한국에서 오는 친지들과 자주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했다. 근무하던 신문사에서 밀레 전시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후 발비종에 있는 밀레 화실의 관리인은 한국전시회 포스터를 입구에 붙여놓고 필자를 VIP로 대우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리에서 500㎞나 떨어져 있는 퐁따벤은 두 차례에 걸친 프랑스 특파원 시절에도 가볼 기회가 없었다가 10여 년 전 가족들과 서부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처음 찾았다. ▶퐁따벤의 첫인상은 환상 그 자체였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아벤강의 맑은 물과 한적한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자그마한 마을의 여러 곳에는 폴 고갱의 작품 주제가 되었던 곳을 표시해 놓았고 많은 화랑들이 아직도 퐁따벤에서 창작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벤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옆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있기에 오랜만에 맛진 요리를 맛보기도 했다. 퐁따벤 출신인 세비로 씨는 대도시에서 셰프를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스타급 레스토랑으로 데뷔한 때였다. ▶이달 초 여행클럽 상미회(尙美會) 회원들과 브르타뉴 지방을 여행하면서 오랜만에 퐁따벤을 다시 찾았다. 고갱의 그림으로 유명해진 노란 예수상이 있는 교회를 시작으로 퐁따벤의 명소들을 차례로 찾은 후 아벤강 다리 옆의 세비로씨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주방장이 마련한 특별 메뉴로 나오는 요리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면서 함께 여행한 사람들도 즐거웠지만 자신의 창작 요리를 평가받은 셰프도 만족스럽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역사와 예술 그리고 자연과 식도락이 함께 어울리는 퐁따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