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섭 경기 서부취재본부 부국장

'설명·설득·협의·토론·공감'. 이 단어들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 앞서 활용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이다. 소위 '민주주의 절차를 밟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충분조건은 될 듯하다. 시흥시가 최근 8년전부터 준비하고 법적 과정을 거친 '자원순환특화단지 개발 사업(이하 자원순환단지사업)'을 놓고 시 정부와 시의원, 일부 주민들, 사업시행자, 사업구역 토지주 등 이해 당사자들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지역 여론이 뜨겁다.

자원순환단지사업은 지난 2012년 7월 타당성조사 용역을 시작으로 ▲2014년 9월 환경부 승인 ▲2017년 4월 한화도시개발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민간사업자 선정 ▲2017년 10월 사업예정지 개발제한구역 해제 용역 착수 ▲2018년 4월 시흥자원순환특화단지 조성사업 특수목적법인(SPC) 출자 동의안 의결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안)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의결 ▲2018년 9월 시흥시와 한화도시개발 실시협약 체결 ▲2018년 10월 경기도 수도권 산업단지 물량공급 승인 등 해당 사업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아왔다.

또 후속 조치로 2018년 11월 정왕사회복지관에서 가진 주민설명회에 이어, 2019년 3월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남짓 동안 푸르지오와 동보아파트, 그리고 사랑마을과 봉우재마을 등에서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으나 주민들의 참여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시는 설명회에 시민들의 참여율이 낮았지만 당시 반대여론이 없었다고 판단해 올 5월에 열린 제266회 시의회 임시회 도시환경위원회에 자원순환단지 설립 관련 조례인 '시흥 에코밸리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제출해 해당 상임위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자원순환단지사업은 조례안 의결까지 마치고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 구역 인근에 소재한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사업에 강력히 반대하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반대 여론이 비등해졌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시의회 상임위에서 조례안 의결 이후인 5월말부터 정왕동 일대를 중심으로 자원순환단지에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쓰레기·음식물 처리장 등이 들어선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전단이 뿌려지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시 정부가 시민들의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적 의견도 높지 않은게 아니냐는 안이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렇듯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재활용업체들이 모여 결성한 시흥재활용조합과 사업구역에 포함된 토지주들은 시 정부에 "관련 사업을 계획대로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 등을 제출하며 압박하고 있다. 결국 자원순환단지사업을 놓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입장차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시가 주민들의 요구대로 사업을 철회할 경우 사업과 연관된 당사자들 간에 각종 법적 책임소재와 비용처리 문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와는 별도로 자치단체가 공모해 추진한 사업을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취소할 경우 '정책집행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갈등의 골 속'에 들어간 자원순환단지사업의 해결책에 특단의 묘수가 있을 수 없다. 지난하지만 '설명·설득·협의·토론·공감'이라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