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경기북부취재본부 부장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를 도둑 맞은 다음에 허물어진 외양간을 고치느라 수선을 떠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이미 일이 잘못됐는데 후회하고 손을 써 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본보는 지난 4일 '남양주공무원, 제설사업 지원비로 외유성 연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방문 목적이 불분명한 '외유성' 국외연수를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도서시설관리과 공무원 15명이 경기도가 제설 공로로 지급한 상사업비 3000만원으로 3~4명씩 팀을 짜 순차적으로 캄보디아·대만·스페인·싱가포르·프랑스 등에 국외연수를 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기사를 쓸 당시에도 밤을 새워 제설 업무를 수행하고 폭설에 대비해 비상 근무를 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또 이런 공무원 국외연수는 비단 남양주시만의 문제만은 아니고 관례화돼 있었다는 점에서 시 공무원들에게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 상사업비의 취지에 어긋난 여행 목적의 국외연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 관계자도 제설 관련 상사업비로 시 공무원들이 눈이 내리지 않는 동남아 등에 가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올해 초 시 공무원들의 외유성 국외연수를 막기 위해 자유연수 계획과 원칙을 발표한 터라 더욱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보도 당시 지면상 세세하게 밝히진 못했지만, 이번 도로시설과 공무원들의 국외연수 일정은 말 그대로 관광이나 여행에 가까웠다.

그런데 본보의 보도 이후 시가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정에 나섰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외연수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 규칙 개정의 핵심 내용이다. 시는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점검 결과 및 종합대책'를 규칙 개정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본보 보도 직후의 개정이라는 점에서 비판에 즉각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은 남양주시의 규칙 개정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그대로 두는 것은 더욱 안될 일이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 잃은 것을 후회하고 탄식하는 대신 또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 그래서 이번 시 규칙 개정은 본보 보도 때문이든 아니든 아주 시의적절한 판단과 선택이라고 본다.

중국 고사성어 중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의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그 해석은 조금 차이가 있다. 어떤 일을 실패했더라도 후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도 한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일이 잘못돼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시민들이나 언론으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후 대처가 더 중요하다. 그런 실패를 겪고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무원 국외연수에 대한 본보의 비판에 시가 '망양보뢰'의 교훈을 새겨 신속하게 규칙 개정에 나선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앞으로는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 먼저 손볼 것'을 시민들의 마음을 대신해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