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새 시대 꽃피웠던 지난 한 세기를 반추한다
▲ 지난달 31일 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에서 인천 근현대 미술100년사 운영위원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 위원회 편찬위원장을 맡은 홍용선 전 세종대 교수.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 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최용규 인천대 이사장.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근대미술 발상지였으나 광복 이후 서울 중심 재편으로 쇠락
지역 청년 미술가들 근현대미술사 집필 요구에 위원회 발족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 근대 동양화단의 대가 이당 김은호, 서예가의 대표주자 검여 유희강, 한국 최초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한국 최초 미술 평론가 이경성….

우리나라 근대미술을 이끌었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천에서 배출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19세기 후반 개항 이래 21세기 인천항과 공항이 열리기까지 대한민국 관문의 역할을 해 온 인천시는 신(新)문물과 세계 여러 문화·예술의 관문이기도 했다. 인천은 특히 한국 근대미술 분야의 발상지로 꼽힌다.

지리적·역사적 특징을 바탕으로 최초의 화가와 화단이 인천서 탄생하며 실기와 이론을 망라해 근대미술의 첨병이 됐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회화와 조각, 건축과 공예, 사진과 디자인 등에서 한국미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며 인천에서 숱한 미술사적 업적이 남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주도권은 서울로 넘어갔다. 경인미술의 한 축을 담당해 왔음에도 인천미술은 서울에 가려져 제대로 된 평가나 조명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변변한 시립미술관 하나 없는 도시일 뿐이다.

인천 근현대미술이 꽃을 피운지 이제 꼭 100년이 되었다.

이를 기리고자 최근 인천의 젊은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집필하자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었다. 한국 근대미술의 발원지인 인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집대성해 옛 명성을 되찾자는 취지로 몇 명이 궐기했다.

곧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 준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뜻 있는 지역 원로와 문화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편찬 일정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제작기간 3년, 3개 위원회 50여명으로 조직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될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위해 준비위원회는 8월31일 오후 4시 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에서 발대식과 위촉식을 가졌다. 100년사 편찬의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자료를 모으고 책으로 만들 작업을 위해 3개 조직이 움직인다. 편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회가 그것이다. 여기에 50여명의 인천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한다.

이날 편찬위원장에 홍용선 전 세종대 교수가 추대됐다. 김상태 인천사연구소장이 편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운영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최용규 인천대 이사장과 이관수 인천창조미술협회 회장이 각각 선임됐으며 자문위원장은 전순용 인천언론인클럽 부회장이 추대됐다.

이날 발대식은 홍용선 편찬위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최용규 운영위원장과 전순용 자문위원장이 격려사를 했다. 이어진 제작일정보고에서 인천 근·현대 미술 100년사 제작기간이 약 3년 걸릴 것으로 발표했다.

▲우현에서 21세기 청년 미술가까지 총망라
인천 근현대 미술 100년사에 담길 인천의 미술사는 작가를 중심으로 1~4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는 인천 출신이거나 인천에 유학 와서 활동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해방 이전 시기이다. 시대별 연표와 도서목록, 인명사전 등이 제작될 예정이다.

2세대는 1940~1960년대를 말한다. 주로 1세대들의 제자들의 활약상이 나열될 것으로 보인다.

1960~1980년대 3세대와 1980~2010년대 4세대도 작품 세계와 시대적 특성, 활동 작가들이 정리될 전망이다.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 위원회 '쌍두마차' 인터뷰

편찬위원장-홍용선 전 세종대 교수
"미술도시 인천 돌아보면 나갈 방향 찾을 수 있어"

인천 동구 금곡동에서 태어난 홍용선 화가는 창영초등학교와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왔다. 경인선 열차를 타고 홍익대를 다녔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인천에서 미술과목 교사로 부임해 일하며 누구보다 인천의 미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원로다.

"지난 봄날 후배가 찾아와 인천 미술사를 한번 정리해야 되지 않겠냐고 묻는거에요. 후배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뭐라도 맡아서 열심히 한다고 했지."

인천 근현대 미술 100년사 편찬의 편찬위원장을 맡은 그는 인천이 예술 하기 힘든 지역이라고 개탄했다.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고 행정가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이라 활성화 되기가 어려웠지요. 시립미술관의 필요성은 70년대부터 제기됐지만 관철되지 못했습니다. 근대미술의 1등 도시인 사실이 무색할 정도에요."

홍 위원장은 300만 인구 도시 인천에서 가장 결여돼 있으면서 가장 시급한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이라고 진단했다.

"국제도시 위상을 높이는 가장 중요하고도 빠른 길이 문화도시 인천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과거사 정리지요. 100년간 부흥했던 미술도시 인천을 되돌아보면 미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예상이 될 것입니다."


운영위원장-최용규 인천대 이사장
"한국 근대미술 뿌리 지키지 못한 반성으로 동참"

"이제라도 인천 미술사 기록을 위한 운동이 일어서 다행입니다."

인천대학교 이사장인 최용규 인천 근현대 미술사 100년사 운영위원장은 평소 인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조예를 바탕으로 이번 일에 뛰어들었다.

"인천이 한국 근대미술의 뿌리인데 알아주는 이도 없고 우리들도 잘 지켜내지 못한 거 같아요. 반성하는 차원에서 100년사 편찬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실제 방대한 미술역사에 비해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잃어버렸거나 숨겨진 이 기록들을 어떻게 서든지 찾아내 책으로 엮어내는 일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 미술이 외면 받는 데에는 역사를 잃어버린 탓도 크죠.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문화예술을 도외시하고 뿌리를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최 위원장은 인천 근현대 미술 100년사 편찬을 위해 마련된 예산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노동으로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할 계획이다.

"4세대 정리가 마무리 되어 갈 때쯤 마케팅을 시작하려 합니다. 관련 부처나 기관에서 자금을 마련해 100년사 출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애쓰겠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