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식 중서부취재본부 부국장

백서(white paper·白書)는 '정부 각 부가 소관사항에 대해 제출하는 보고서'라고 사전에 정의하고 있다. 원래는 영국 정부의 공식보고서 명칭이다. 표지가 백색이기 때문에 '백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국 의회의 보고서는 푸른 표지였기 때문에 '청서(blue book)'라 했다. 이런 관습을 각국이 모방해 공식문서의 명칭으로 삼고 있다.

지방정부 군포에는 '군포소통백서'가 있다. 지난해 민선 7기 군포시장으로 당선된 한대희 시장의 취임준비위원회가 '시민과 소통하면 통한다'라는 제목으로 출범 2개월여 만에 발간했다. 민간전문가들이 대신해 시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진정성 있는 백서로 탄생했다. 군포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소통'과 '상생'이라는 시정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산물이다.

시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당선인의 시정철학을 근간으로 크게 5개 공약에 16개 부문 45개 세부사업이 담겼다. 각 사업에 대한 개요와 목표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꾸몄다. 부문 사업의 필요성과 이유도 상세히 녹아 있다. 주목할 것은 백서, 즉 시정교과서에 수록된 개별 공약사업을 실천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군포형 민·관 협치기구인 '100인 위원회'가 그것이다.

군포의 협치는 일방적인 행정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정책 과제 설정부터 결정 및 집행, 평가 등 전 과정에 걸쳐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는 7월까지 관련 조례를 제정해 9월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협치의 핵심 요소는 권한의 배분과 적극적인 시민 참여인 만큼 위원회 구성과 관련 조례 마련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시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수차례의 논의와 벤치마킹을 통해 적합한 협치기구를 구상하고, 더 많은 시민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보고와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백서 발간사에서 "새로운 변화없는 군포는 소퇴하고 침체할 뿐이고, 시민들의 소통과 공감없는 군포는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군포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 교수는 "시장 당선인의 취임준비위원 간 격의 없는 토론과 깊이 있는 문제의식은 시정방향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지침이 됐다"고 적고있다.

때문에 한 시장은 군포시정은 시민들의 소통과 변화로 새로운 100년을 여는 디딤돌로 삼고자 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군포 100년 시민우선 사람중심'을 시정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시장으로서 공약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백서라는 형식으로 시민에게 소상히 보고했다. 한 시장은 백서에서 "부족하고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차근차근 이뤄가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대기업 총수의 '세발자전거' 경영철학처럼 조금 더디 가더라도 안전하고 내실 있게 시민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26년전 2월, 군포시장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채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장함으로 군포에 이사와 시민과 첫 인연을 맺게됐다고 고백했다. 이제 시장으로 시민앞에 섰으니 포퓰리즘을 철저히 경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그의 말처럼 노동자·서민과의 약속이 화이부실(華而不實)이 되지않기를 바랄뿐이다. 결국 내용이 형식을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