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기소권 분리로 검찰 권력 바로잡아야"
▲ 이동희 교수가 충남 아산 경찰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검·경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권위자인 이동희 경찰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저한 '검찰을 생각한다' 책을 서가에서 꺼내들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 중 가장 핵심적인 검찰 개혁을 위해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검찰과 경찰의 상호 협력관계 설정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수사종결권 부여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 신청 시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것 등 경찰의 자율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부패, 경제, 금융, 증권, 선거 등 일부 특수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을 갖기로 했다.
 
또 ▲보완수사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는 경찰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시정조치 불응 시 송치 후 수사권 등의 권한이 부여됐다. 검찰의 기소권은 기존대로 유지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찰권한 비대화 우려를 고려해 자치경찰제를 함께 시행키로 했다.
 
수사권 일부가 경찰로 넘어온 부분에 대해서는 큰 변화라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검찰의 권한이 축소되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이에 본보는 수사권 조정 등에 초기부터 관여한 전문가인 이동희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를 지난 26일 만나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대한 총평 및 자치경찰제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봤다.
 
◇예외를 최소화한 검찰의 직접수사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원칙 고수돼야
이동희 교수는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대해 '검·경 관계가 수직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고, 수사지휘라는 말을 없앤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경찰이 송치 전까지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이 지휘를 하지 않고 독자 수사를 보장해 주겠다는 원칙을 공표했다는 것.
 
이 교수는 "이 원칙은 98~99%로 지켜져야 하고, 예외는 1~2%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예외를 축소시키고 기각도 함부로 못하게 하도록 입법 과정을 통해 제대로 실현돼야 한다. 이 부분이 철저하게 구현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 개혁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검찰권 남용의 문제는 비대한 검찰권에서 비롯된 것이고,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검찰 이외의 유일한 수사기관인 모든 사법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뿐만 아니라 '독점적 영장청구권'과 '직접수사권'까지 갖고 있다.
 
여기에 죄 지은 사람을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권력인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고, 검사가 피의자 조사한 것을 사법경찰보다 우위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검사조서의 증거능력'까지 더해 다른 어떤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검사독점적 수사체제와 이중수사의 폐해를 만들어 놨다.
 
대륙법계든 영미법계든 기본적으로 검사는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소관이며 스스로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 수사와 기소의 분권화를 실현하고 있다. 기소권 독점도 영미, 유럽 어느 나라에도 없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 처분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사인소추(私人訴追)또는 피해자소추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통상사건은 검사가 기소하지만 중대한 사건은 시민들이 모여서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대배심(Grand jury)라 부르는데, 검사는 기소해야 할 정당성을 시민들 앞에 나와 설명하게 되나 설득하지 못하면 기소는 불가능하다.
 
국민배제형 형사사법제도를 우리에게 이식한 일본조차도 2차대전 이후에 미국의 시민 기소제도를 수정해 도입했다. 시민들이 모여 검찰의 기소권 행사에 대해 사후적으로 그 당부를 심사하는 소위 검찰심사회제도가 그것이다. 최근 그 기능을 강화해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검찰의 불기소가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법원에 강제로 기소되며 지정변호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 검찰도 이런 무소불위(無所不爲) 권한을 처음부터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군국주의 유지와 식민지 지배를 획책한 검사지배적 형사사법제도가 이 땅에 적용됐지만, 광복 이후 1945년 미(美) 군정은 경찰에 수사권을, 검찰은 기소권을 갖도록 권한 분담을 추진했다.
 
하지만 1954년 검찰에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쥐여 주고 검사조서의 우월적 증거능력까지 포함시킨 지금의 '형사소송법'(형소법)이 태동했다.
 
당시 형소법 제정을 주도했던 검사 출신인 엄상섭 의원이나 한격만 검찰총장조차도 선진외국처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공언했으나, 경찰의 자질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워 장래의 과제로 남겨두게 됐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경찰이 판사에게 직접 영장청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들어선 군사정권이 1962년 5차 개헌 당시 '검사에 의한 영장신청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면서부터 검사가 영장청구권마저 독점하게 됐다.
 
이 교수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적어도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먼저 검사가 경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사 등의 비리 사건, 부패·공직자 범죄, 경제·금융·선거범죄 등에 한해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기존에도 검찰은 이런 유형의 수사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물론 공수처가 신설되면 이런 유형의 수사를 전담하게 되겠지만 공수처 역시 수사, 기소권을 모두 줘서는 안된다. 제2의 검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고 경계했다.
 
다음으로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관할 고등검찰청(고법)에 설치된 영장청구 이의신청 심의기구인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토록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검찰 내부에 있는 고검 소속 위원회가 공정한 영장심의를 할 수 있을 지, 상설 기구가 아니다 보니 이의제기 시 신속성이 필요한 수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빠른 처리가 가능할지, 절차지연이나 수사기밀 누설로 인한 증거인멸 등의 문제는 없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어도 증거 수집을 위한 경찰의 압수수색 권한은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헌법개정 전이라도 검찰의 부당한 영장기각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하는 제도 정도는 만들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우월적 증거능력을 부여한 조항을 삭제하는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서만 보고 유죄재판하는 구태를 극복하고 증인과 증거물을 법정에서 제대로 조사하는 공판중심주의 사법개혁을 정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별개
이동희 교수는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서 경찰권한의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먼저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고,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자치경찰제가 검찰과 경찰이 주고받는 공방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은 별개의 문제로 따로 검토돼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경찰 수사권의 남용을 견제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개별사건의 직접 수사는 지방경찰청 단위의 수사만 이뤄져도 충분하다고 본다. 경찰청은 일반 감독권이나 조율 등을 하고, 수사는 경찰청보다는 전국 17개 지방청별로 직접수사가 이뤄지도록 독립성을 준다면 17개의 분권화된 수사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국가수사본부 설치방안도 분권화의 선상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자치경찰제를 실시해야 한다면 우리나라에 맞는 자치경찰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일본을 참고사례로 들었다.
 
일본의 경우 과거 국가경찰제에서 패전 이후 자치경찰제로 변경됐다가 1954년에 다시 국가경찰에 준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일본은 자치경찰제를 실시할 때 1605개로 나눴다. 우리나라의 구 단위 정도로 세분화한 것이다. 아울러 촌락지역을 관할하기 위한 국가지방경찰을 둬 3만명 이내 규모로 병존시켰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경찰이 단속도 하고 수사도 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 문제, 자치단체나 토착세력과의 유착 등으로 제대로 된 단속과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일본은 소규모 기초단체 형태의 자치경찰을 47개의 광역자치단체 자치경찰로 변경했다. 자치단체장에게 경찰에 대한 임명권이나 지휘·감독권도 주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47개 광역자치경찰 위에 경찰청과 그 하부조직인 7개의 관구경찰국이 있다. 총경급 이상은 국가경찰로, 인사는 중앙에서 일괄로 한다. 일본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국가공안위원회가 인사권과 감독권을 갖는다. 때문에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다.
 
이 교수는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향후 남북통일시대, 동아시아 경제 밸트, 환태평양 시대 등을 감안해 대내·외 수사 및 치안활동, 국제경찰공조 등을 위해선 국가경찰의 필요성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적 모델에 대해서도 말했다. "중요 사건 수사나 국가통일적 치안활동은 국가경찰이 하고, 지역밀착형사건 수사나 소방, 응급구조, 경찰력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치안활동은 자치경찰이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자체가 자치경찰을 예속화할 우려를 차단해야 하고, 자치경찰 인원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킨다면 업무 중복의 문제가 커지게 되고, 국가재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
 
 
◇이동희 교수는

수사구조개혁단 자문위원 등 맹활약

고베대 박사과정 수석 졸업 이력도

국립경찰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국립 고베대에서 법학(형사법)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베대 박사학위 논문 '피의자 신문에 관한 비교법제 연구'는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 최단기인 2년만의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졸업생 총대표로서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현재 국립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동 대학원 수사학과장 및 수사과학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법원 국민참여재판 사법참여기획단(법률기관) 위원, 대법원 형사사법발전위원회 위원, 경찰청 수사정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자문위원, 한국형사법학회 국제이사,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연구이사, 한국CSI학회 부회장, 한국형사정책학회 연구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동아시아 형사사법 학술교류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한일 간의 학술교류 및 사법개혁 운동에 적극 참여해 일본변호사연합회, 일본긴키변호사연합회, 오사카변호사회, 후쿠오카변호사회, 일본재판관네트워크, 일본사법개혁시민연대 등의 초청강연과 한국방문 코디네이터 등으로서 활동해왔다.
 
주요저서로는 비교수사제도론(박영사), 비교경찰론(수사연구사), 특별형법(경찰대학출판부), 범죄수사학(경찰공제회), 로스쿨 경찰실무교재 '경찰과 법'(경찰대학출판부) 등이 있고, 국내 50여편 및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발표된 10편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