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 … 예술 꽃피우다
▲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상근자인 김예지(왼쪽)씨와 강수연씨.

문화재단, 남구 도화동 상수도 가압펌프장 리모델링
대연습실·대본연습·다목적실 등 구성 … 수시로 대관
지난해 시민 1만202명 1163회 사용 '호응·만족도 굿'



'공간의 변신은 무죄!' 자칫 버려질 뻔한 도심 속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문화예술 동호인들이나 전문가 그룹을 위한 맞춤형 연습공간을 제공하는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그곳이다.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지은지 50년이 다 된 남구 도화동 상수도 가압펌프장을 리모델링해서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을 추구하며 문화를 향유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삶의 필수적인 식수를 공급하는 펌프장에서 문화예술의 꽃에 물을 주는 창작공간으로 변신한 만큼 좋은 공간과 예술가들의 열정적 참여가 만들어 낼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가압펌프장에서 공연예술연습공간으로
인천 도화초등학교에서 제물포역으로 향하는 길 옆의 낡은 건물들과 간판들로 옛 정취를 보이는 도화동 언저리에 인천 공연예술인들의 보금자리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있다.
1970년 지어질 당시에는 수봉산 자락에 있는 높은 지대의 가구들에게 필요한 물을 펌프로 끌어 올려주던 역할을 하던 상수도 가압펌프장이었다. 하지만 상수도 시설이 보편화 되면서 본래의 기능이 없어지고 오랫동안 창고로만 쓰이고 있던 공간을 지난 2016년 6월 인천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천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새 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문화예술의 장으로 문을 열었다.
연습공간은 공연연습을 위한 50평 남짓한 대연습실과 25평 가량의 중연습실, 대본 연습 등을 위해 마련된 리딩 룸 및 각 공간을 사용하는 예술가 및 단체들의 열린 커뮤니티를 구성하고자 마련된 다목적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예술단체의 활발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양질의 공연예술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간의 운영목적이다.
연습공간은 전문 공연예술 단체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연습공간을 저렴한 이용료로 제공하기 위한 정기, 수시 대관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자체적으로 기획사업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간접적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공연 연습에 최적 … 한달 전부터 대기
개관 초기부터 계속 진행해오고 있는 '희곡 낭독 프로그램'은 개강 이후에도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수강자들의 만족도와 호응도가 높다. 희곡 낭독 프로그램 수업은 연습공간을 많이 이용했던 전문예술단체의 예술가가 강사로 참여한다.
올해들어 진행을 계획하고 있는 신규 기획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현재 이용객 및 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이는 협력형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관 2년째를 맞아, 짧은 시간 안에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연습공간을 찾아오는 예술인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연습공간을 자주 이용하는 한 예술인은 "공간이 연습하기에 최적화 되어있어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소개를 많이 한다. 지금 공간을 이용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을 통해 점차적으로 입소문이 날 것"이라며, "저녁 타임에는 신청자가 많아 머뭇거리면 연습실을 놓칠 수도 있어서 수시대관 신청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년간 대관 실적 집계가 가능했던 지난해의 경우 1만202명의 시민들이 1163회 사용했다. 개인이 32회, 단체가 1131회를 이용했으며 수시대관이 633회, 정기대관이 469회, 문화재단 내부이용이 61회를 차지했다. 장르별로는 무용이 44%로 가장 높았으며 연극이 26.8%로 뒤를 이었고, 뮤지컬 18.5%, 음악 3.0%, 전통문화 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관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5점 만점에 4.52점의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문화재단은 1300만원이 넘는 짭짤한 대관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 곳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문화재단 공간문화팀의 김예지씨는 "지역 예술가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져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연습공간을 매개로 살아있는 토론이 가능한 커뮤니티 장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자 과제"라며 "단체, 장르, 세대를 불문하고 예술로 소통하는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인터뷰 / 김예지·강수연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상근자]

"주민·어머니들 언제든 환영 … 사랑방 됐으면"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사랑방이 돼서 인천의 예술가, 문화인들의 소식과 정보를 듣고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천문화재단 공간문화팀 소속으로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의 상근자인 김예지씨는 이 공간이 개관할 때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강수연씨는 3개월 뒤에 합류해서 계속 근무해오고 있어서 그런지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1970년에 지어져 5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이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지만 사실은 상수도 가압펌프장이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다목적실에 남아 있는 지름 1m정도의 배관파이프를 그대로 둔채 리모델링했지요. 그랬더니 이 곳을 찾은 많은 분들, 특히 어린이들이 신기해 하더라고요."
가압펌프장이 문화에술공간으로 변신한 사례는 전국에 11곳이다. 서울 성북가압장을 성북문화재단이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김포가압장은 서울문화재단이 서서울예술교육센터로 사용하며 주민들을 맞고 있다.
이 곳의 특징중의 하나는 대연습실에는 장치반입구가 있어서 대규모 소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이 곳에서 1년 가까이 매일 연습한 극단 '아토'의 창작뮤지컬 '조병창'이란 작품이 인천가치콘텐츠발굴 공모에 당선돼서 송도신도시의 트라이보울에서 공연을 가졌고, '율무용단'의 손삼화 대표가 인천시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기서 매일 땀을 흘리며 연습하던 분들의 좋은 소식을 듣게 되면 함께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지요. 그리고 성인들의 정기모임인 '수요낭독회'나 어린이들의 '희곡낭독'같은 모임이 많아져서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다면 무엇보다 뿌듯할거에요."
그녀들은 요즘 야외 마당을 정리해서 활용하는 방안과 건물 외벽을 벽화 등 예술작업으로 꾸며서 누가봐도 문화예술공간이라고 알리려는 고민이 깊어졌다.
"이 곳 마당이 햇볕도 좋고 바람이 잘 통해서 아늑하거든요.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밖에서도 연습할 수 있게 곧 제초작업부터 하려고요. 건물 벽면을 장식하는 일도 만만치 않네요. 그래서 다른 곳의 사례도 찾아보고 미술하는 분들의 자문도 구해보고 있어요."
그녀들이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다. 어머니무용단의 경우는 거의 매일 한건씩 오전 또는 오후에 대관이 있는데 동호인 모임은 직장인들이 많아 저녁시간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연습실은 소정의 대관료를 받지만 리딩룸은 무료거든요. 인근의 주민이나 어머니들이 자주 찾아와 차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려는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글·사진 여승철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