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참사 되풀이… 국가 재난대응시스템 개선돼야"
▲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전 구조본부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전 구조본부장의 활동 모습.


영흥도 사고 현장 달려가 사흘동안 구조현장 지켜
수륙양용정 등 도입 촉구 민간 선박과 협업 필요성
10t미만 낚싯배 규제 마련해경 현장 중심 거듭나야



지난 3일 오전 인천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사고로 낚싯배가 전복돼 1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해양경찰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이번에도 해경의 대처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긴급구조에 나선 해경 구조대가 골든타임을 넘겨 현장에 도착했고, 해경 전용부두에 있던 신형 구조정은 고장나 있었다. 그나마 가장 먼저 도착한 고속단정도 장비와 구조대원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해상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황대식(59)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6일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 이후 소도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경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국가 차원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은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을 질책하고 있지만, 해상사고는 육상사고와 달라서 전문인력과 구조장비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며 "장비를 구입할 예산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해경에게 국민안전을 책임지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충남 보령에서 사고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사흘 동안 구조현장을 지켰던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영흥도 낚시배(선창1호) 충돌 전복사고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2장짜리 자료부터 건넸다. 이 자료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낚싯배와 급유선, 해경 구조대 및 지휘부, 언론 등의 문제점과 그 대안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분석자료를 만들어 동료 구조대원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에는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경이 해양주권의 수호와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을 단속하는 임무에는 대응력이 매우 좋아졌지만, 해상사고의 90%를 차지하는 연안사고 대응력은 여전히 부실하다"며 "야간항해가 가능한 구조정이 없고, 전용부두도 부족하다.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현재 실정으로는 골든타임 안에 현장에 도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안으로는 '수륙양용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전 본부장은 "수륙양용정은 갯벌이 많고 해변이 많은 서해안 연안지역 특성상 육상에서 계류하다가 바로 물 속으로 진수해서 구조작업을 시작할 수 있고, 구조자를 바로 119구급차로 이송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민간구조대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씨 래그(Sea lag)라는 수륙양용정을 사용하고 있지만, 해경에는 이런 장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수부분만 보더라도 현재 장비는 (산소통을 매고 들어가는) 폐쇄식인데, 세팅(충전)하고 이동하고 장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곧바로 장착해 대응할 수 있는 라피도(Rapido) 장비와 백팩만한 크기의 (자가호흡식) 드래그 장비 등 구조에 적합한 장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경이 이처럼 장비타령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해경이 민간분야의 구조역량과 협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해경은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준군사조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해상사고 관련 정보를 민간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구조대는 이미 각 항포구마다 자율구조선을 선정해 놓고 있으며, 출동시 사비로 경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인천구조대는 민간구조선을 타고 현장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해경 선박 100척이 활동한다면 민간 선박은 1000척이 바다에 떠 있을 것"이라며 "사고 즉시 이런 정보가 민간과 공유가 되고 민간분야의 구조역량과 협업이 이뤄진다면 현재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로는 낚싯배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꼽았다.

황 전 본부장은 "어민들의 수익증대를 위해 추가적으로 낚시어선업을 하도록 해 놓으면서 10t 미만의 낚싯배는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라며 "여객선이나 유·도선이라면 최대 정원이 14명임에도 낚싯배는 1.5배인 22명이나 되고, 낚시어선업자의 안전관리 교육시간도 1년 4시간 중 안전분야는 고작 1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고의 경우 희생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을 들어 '선박 안전 매뉴얼'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이 전복돼 선실 내에 갇히게 되면 구명조끼의 부력때문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명조끼에 대한 안전교육이 디테일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물에 빠지면 체온저하 속도가 30배 이상 빨라지기 때문에 방수팩 준비나 조난시 발견되기 쉬운 밝은 색상의 옷을 입도록 하는 것과 같은 자세한 안전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체라는 아픔을 겪었던 해경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조직'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랫동안 구조현장에서 활약해 온 현장전문 인력들이 스스로 해경을 떠나고 있다"며 "장비나 인력확충에 무관심한 정부뿐아니라 현장 지휘관을 홀대하는 해경의 조직 분위가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임직이나 잠수직·항해직 등 대부분 구조현장에서 활동하는 인원들은 '지휘부가 해경을 폼나게 만드는 홍보요원이나 막 부려먹는 현장투입 인력으로 여긴다'고 느낄 정도로 소외감이 크다"고 꼬집었다.

황 전 본부장은 "육상에서의 자원봉사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지만, 해양구조 분야는 전문적인 교육훈련과 장비구입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국가의 역할과 함께 민간분야에서도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황 전 본부장은 대천수산고등학교에 재학할 당시, 태풍으로 10여명이 익사하는 대형 사고를 경험하게 됐는데, 학교 실습선까지 동원돼 구조활동을 펼친 끝에 한 여성을 구조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해양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5년에는 고향인 충남 무창포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해양구조대를 조직했으며, 2013년 1월에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창립한 한국해양구조협회에 참여해 사무총장·구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각 지부별 구조대원 양성과 교육에 매진하고 있으며, 연예인해양구조단(단장 송경철) 등 각 분야별 해양구조 단체 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글·사진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