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벽은 캔버스 … 하늘, 최고의 배경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역 일대가 그라피티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보산역을 나서면 거리 입구부터 둘리부터 도라에몽, 거북닌자까지 다양한 캐릭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보산역 일대가 갖고 있는 음악사적 배경과 요소들을 담은 그림들도 등장한다. 특히 신화적 주제를 담고 있는 전통적인 한복 복장의 현대여성을 등장시켜 미국문화와 한국문화의 경계선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동두천시와 경기도미술관은 보산역 인근 외국인관광특구 내 상가건물 벽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로 3년째 이어오고 있는 거리예술(그라피티 아트) 작업은 한국과 태국, 러시아 작가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14곳의 노후 상가건물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1980년대 한국에 처음 상륙한 그라피티 아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이 작업은 작가들의 일방적인 제시가 아닌 지역주민과 협력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의 공공미술이다. 지역주민은 작가와 함께 자신의 건물에 대한 작품을 상의하고, 작가는 지역주민의 요청과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결합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거리예술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아내었다.

보산역 그라피티 아트 작품들은 크게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제작됐다.

먼저 보산역만의 독특한 색과 형태를 조합해 건물외벽 전체를 작품으로 변화시켰다. 이 작업에는 정크하우스(Junkhouse_소수영_한국), Seenaeme(신혜미_한국), 제바(Xeva_유승백_한국), 코마(Koma_박준기_한국), 제이플로우(Jayflow_임동주_한국)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대중적으로 친근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조합해 보산역 거리의 발랄함을 나타냈다. 알타임 조(Artime Joe_유인준_한국), 세미(Semi_김병인_한국), 스피브(Spiv_전지훈_한국)는 동두천 보산역이 갖고 있는 음악사적 배경과 요소를 캐릭터 속에 담아, 한국 밴드음악과 힙합음악의 산실로 계속 발돋움하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동두천 보산역의 신화 작품은 2015년부터 진행된 동두천 보산역 공공미술의 큰 틀인 '하늘 아래 꼭지동네, 천두동의 신화'를 주제로 담고 있다. 전통적인 한복 복장의 현대여성을 등장시키고, 동양화 기법으로 시도된 대형 작품이다. 심찬양(Royal Dog_한국)작가는 동두천 보산역이 갖는 미국문화와 한국문화의 경계선을 시각적으로 해석하였으며, 동두천 보산역 외국인관광특구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안의 이국적 거리의 색다름을 선사했다.

한 지역주민은 "어수선한 건물들이 그림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 '미군 기지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공미술이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한편, 동두천시는 9월 '두드림 뮤직센터' 개관과 10월에 보산역 거리예술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특별한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보산역 그라피티 아트는 그 시작을 알리는 작업인 동시에 동두천시만이 갖는 특색 있는 문화적 콘텐츠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