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는 랴오닝 전인대 대표 출신 마샤오훙 총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랴오닝(遼寧) 훙샹(鴻祥)그룹은 대북 교역을 주로 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중견기업이다.

중국 공안 당국은 최근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채 중대 경제범죄 혐의로 훙샹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사실상 대북 제재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평가다.

20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훙샹그룹은 단둥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랴오닝 훙샹국제화운대리유한공사, 단둥 훙샹변경무역지식자문유한공사, 랴오닝 훙샹국제여행사, 선양 칠보산호텔, 단둥 류경호텔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2000년부터 북한과 무역 중개업을 시작해 몸집을 불려 2011년 그룹으로 도약했으며 현재 자본금은 1억 위안(한화 167억원), 종업원은 680명이다.

훙샹그룹은 중국과 북한의 수출입 무역과 물류 운송, 변경 무역 컨설팅, 중국과북한의 문화 교류 행사를 주관하면서 이익을 거두고 있어 유엔 대북 제재에 걸림돌이 돼왔다.

베이징 소식통은 "훙샹그룹은 북한하고 거래가 많아 계속 주시해오던 중국 기업중에 하나"라면서 "중국 큰 기업이 북한과 거래할 경우 문제 소지가 있어 대부분 중국에서 중소기업들이 대북 거래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그룹의 오너는 여성인 마샤오훙(馬曉紅·45) 총재로 랴오닝 인민대표대회의 단둥시 대표도 겸하고 있는데 최근 랴오닝 인민대표 부정선거 수사에 적발돼 직무정지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 총재는 단둥 지역의 쇼핑몰 점원에서 시작해 무역회사 매니저 등을 거쳐 2000년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를 세운 뒤 무역, 호텔, 관광업까지 하는 그룹으로 사세를 확장한 인물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소개했다.

마샤오훙의 성공은 중국에서도 명성을 얻어 2011년 단둥의 대외 무역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단둥의 저명한 여성 톱10'에 뽑히기도 했다.

2012년에는 중국 여성기업가협회가 선정한 우수 여성 기업인 명단에 올랐으며 2013년에는 라오닝 인민대표로 선출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근 그녀는 인민대표 선출 과정의 부정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사직했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단둥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는 2000년에 자본금 5천만위안(83억원)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광산업으로 돼 있었으나 현재는 수출입 무역과대리 무역으로 주 업종을 바꿨다.

종업원은 100∼200명 정도이고 연매출은 3천만(50억원)∼5천만 위안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북한과의 교역에서 나온다. 대북 교역 물품은 석탄, 화학제품, 금속, 섬유, 기계류 등을 망라하고 있어 사실상 대북 교역의 핵심 창구인 셈이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안보 분야 연구기관 CADS의 보고서에 따르면 마샤오훙 총재는 홍콩에 있는 회사들을 동원해 대량파괴 무기의 원재료인 알루미늄을 포함한 물품을 중국에서 북한으로 실어나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가 발간한 잡지에는 지난해 9월 중국 산둥(山東)성 룽커우에서 북한 남포항을 한 달에 세 차례 오가는 수송로를 개시했다고 나와 있다.
이는 주로 북한에서 석탄 수입을 포함한 대북 무역 증진을 위한 통로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과 중국이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에 대한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미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두차례 방문해 중국 당국에 마 대표와 훙샹그룹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중국 당국에 알렸다고 전했다.

텅쉰(騰迅·텐센트)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 공안청은 지난 15일 단둥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책임자에 대해 무역 활동상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통보했다.

랴오닝 공안은 이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로 가까운 시일 내 이 회사와 책임자를 입건할 방침으로 현재 관련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이 회사와 이 회사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마샤오훙, 그리고 동료들이 운영하는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샹그룹과 마샤오훙 총재 측은 중국 공안 당국의 조사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 직접 나서 훙샹그룹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의 신호탄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요청 때문에 중국도 추가 제재에 대해 성의를 보인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