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경제 우려 커지고 캐리트레이드 청산되면 엔고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일본 엔화가 약세가 될 것이라는 전제를 뒤집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발행된 일본의 경제전문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분출되며 리스크를 피해 엔을 사려는 사태가 예상된다"며 엔고를 전망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없으면 현재처럼 엔화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장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11월 8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금리정책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연준 측은 "대선은 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2012년이나 2008년, 그 이전의 역대 대선 전에는 금융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야마시타 에쓰코 미쓰이시트토모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거품 발생처럼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할 긴요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의한 혼란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밝혔다.

9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강세가 되고,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시장에는 쇼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실례로 작년 12월 연준이 9년여 만에 금리를 올린 뒤에 올해 초 세계의 시장혼란을 초래한 여파로 급격한 엔고가 진행된 일이 되풀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가도타 신이치로 바클레이즈증권 외환전략가는 "(미 금리인상은) 세계시장에 리스크 경보음을 울려 신흥국통화로 운용되는 캐리트레이드가 즉시 해소되는 취약한 포지션"이라며 엔고 전망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에 대해 총괄 검증하지만 추가금융완화 재료가 약하므로, 일본 내부상황을 종합하더라도 엔고 여지가 크다고 봤다.

결국 일본 안팎 상황을 종합할 때 "현 상태에서는 엔고 압력이 아무리 봐도 강한 상황"이라면서 "일본기업의 하반기 엔고 리스크가 크다. 일본기업의 실적에 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달러당 102엔 전후인 현재 엔화가치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예상을 웃돈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올봄 도쿄증시 1, 2부의 자동차·전기전자기업 등 130개사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110엔을 상정한 기업이 66개사로 과반이었다.

엔고가 지속되면 자동차와 전기전자, 기계 등 수출기업에는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전력이나 가스, 물류, 건설 등 수입의존형 기업들에 엔고는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모토무라 마사키 노무라증권 전략가는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등의 대응조치를 통해 엔고의 마이너스영향은 2000년 전후에 비해 절반 정도가 되었다는 점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렇다고 해도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경제정책) 도입 이후 계속된 엔저 경향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