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2000~2500명 달해…평균 연령 50.2세·수명 3~4년
이광우 가천대 길병원 교수 "조기진단·예방법 없어 치료 중요"

국내 루게릭병 환자 2500여명, 매년 약 5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 평균 발병 연령은 세계 평균보다 5~10세 낮다.

가천대 이광우 교수는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은 어린 나이부터 질병에 따른 피해를 받는 만큼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 가족들은 생명 연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에 따른 진료의 질도 다르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이광우 교수가 한국루게릭(ALS)협회 창립 16주년을 맞아 국내 루게릭병 환자 현황을 분석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루게릭협회를 국내에 처음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이 협회는 국내 유일의 루게릭 환자 단체이다.

지난 2001년 창립한 한국루게릭협회는 환자와 가족들이 루게릭병에 관련된 자료를 숙지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립됐다. 과거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인지가 낮았던 시절 루게릭병에 대한 정보교환을 촉진하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협회는 현재 환자 개개인에게 간병인파견 지원, 특수영양식 지원, 의료비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협회는 치료제 개발과 같은 연구비 지원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 루게릭병 현황

한국루게릭협회에 따르면 국내 루게릭병 환자 수는 전체 약 2000~2500명에 달한다. 국내 환자의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 매년 400~5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전체 환자 수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의 평균 발병연령은 50.2세로 유럽과 미국의 발병 평균 55~65세보다 이르다.

협회와 이 교수는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발생해 보다 어린 나이부터 질병에 따른 피해를 받는다"며 "다만 루게릭병은 빠르게 진단될수록 병의 예후가 좋다. 따라서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국내 환자들의 예후 향상에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3~4년으로 외국의 33.6개월에 비해 다소 높았다.

또 남녀 성비 비율은 남자가 61.4%, 여성이 38.6%로 남자에게 1.6배 정도 빈번하게 발생했고, 환자들이 증상 발생부터 루게릭병으로 확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은 평균 14.7개월이었다.

병원 방문 후 확진까지 21개월

국내 환자가 증상 발생 후 병원을 방문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1개월이고,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이 증상 발병부터 확진까지 걸리는 데 평균 14.7개월이었다.

환자들은 처음 증상이 인지된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전체 80.6%이다. 하지만 한방 또는 민간요법을 찾는 경우도 19.4%로 상당히 높다. 한방 또는 민간요법을 실시하다가 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는 5.2개월이었다.

루게릭병은 손이나 다리의 근육 위축 같은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진단할 수 있는 조기진단, 예방법이 없다. 다른 신경과 질환과 같이 빠르게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가 처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신경과를 제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36.1%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신경외과가 25.3%, 정형외과 20.5%, 이비인후과 8.4% 순으로 방문하는 경험이 많았다. 또한 루게릭병의 진단은 신경과 전문의에 의해 확진되는 경우가 90.4%에 달했다.

이 교수는 "아직 루게릭병의 치료약물은 없는 상태로 1990년대 중반부터 리루텍(Rilutek)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나 거의 치료 효과는 미미한 형편"이라며 "통계적으로 2년간 리루텍 복용 시 생존 기간이 3개월 정도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의심될 경우 조기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게릭병의 임상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사지의 위약(weakness, 쇠약) 및 위축으로 시작하고,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육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생명연장에 대한 정서적 요소 강해

국내 루게릭병 환자 가족들은 해외와 달리 생명 연장에 대한 정서적 측면이 강하다.

국내 환자들의 경우 호흡 장애가 시작돼 호흡보조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 비침습적인 호흡보조기(NIPPV, 호흡 보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9.5% 정도이다.

하지만 루게릭병이 진행돼 호흡기능이 마비돼 침습적인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경우 국내 환자의 경우 11.0%로 구미 국가의 2%에 비교해 상당히 높았다.

그럼에도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은 진료의 질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겪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환자들은 국가 또는 사회에서 조직적인 시스템 하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단지 환자와 가족 개개인이 치료에 임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에서 제공하는 하루 6시간 정도의 일반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는 필요한 기초생활을 영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전문 활동보조인의 24시간 간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