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수 인천 동구청장
▲ 이흥수 인천 동구청장

인천 동구의 화도진 축제 때 진행되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재현식 관련 논란이 뜨겁다. 지난 3월10일자 인천일보에 보도된 내용의 논지는 이러하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이뤄진 장소가 당초 알려진 인천 동구 소재 화도진공원이 아니라 중구 자유공원 남쪽 언덕이다. 이는 지난해 인천시 주관 학술대회 당시 옛 인천해관문서로 명확해졌다. 그런데도 인정하지 않고 화도진축제 때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식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역사적 사실의 규명 측면에서 이를 확인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은 1882년 서구와 맺은 조선 최초의 조약으로 이후 서구 각국과의 조약에 준거가 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그 동안 조약 체결 장소가 지금의 화도진, 파라다이스호텔, 또는 제3의 장소 등 의견이 분분했다. 역사적으로 조약의 정확한 장소를 찾는 것은 당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정확히 규명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고 중요하다. 그러므로 조약이 이뤄진 장소가 화도진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이 보다 명확히 규명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인천은 서양 등 외국세력의 조선 침략 루트였고 바다를 통해 수도인 한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고종 황제는 인천 화수리에 화도진을 설치하고 호구포에서 강화 인근까지 인천 해상경계를 책임졌다. 다시 말해 인천 전역을 지키는 해군방어사령부였다. 그러니 한양이나 외국에서 볼 때 조미수호통상조약 장소가 어디냐 물어본다면 당연히 당시 가장 잘 알려진 지명인 제물포 화도진에서 했다고 불려졌으리라 생각된다.

둘째, 축제와 관련된 조약식의 재현문제다. 화도진축제는 동구에 위치한 화도진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참여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동구의 대표축제로 개최되고 있다. 벌써 27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부터 조선 최초로 서양 국가들과 개방 조약이 이뤄진 화도진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다시 자료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적 국가의 상징으로 첫 태극기가 제작되고 박영효가 일본에서 사용한 것보다 4개월 앞서 국가 첫 공식행사에 사용된 점 등을 새롭게 확인하게 됐다.
인천시 시사편찬위원인 노영돈 인천대 교수에 의하면 당시 미국의 전권특사인 슈펠트(schufeldt)제독은 조선 전권대신인 신헌, 김홍집에게 독립국가로서 국기 사용을 요청했고 김홍집은 역관 이응준에게 국기 제정을 명해 태극기를 만들었으며 조인식에서 성조기와 함께 게양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새롭게 확인된 의미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조미수호통상 조약 재현식을 기획했다. 이에 더해 시민들에게 화도진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인천 가치 재조명과 인천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또한 화도진축제를 보다 재미있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퍼포먼스를 도입하게 됐다.

그러므로 화도진축제 때 "조인식의 재현공연을 화도진에서 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영국의 대문호인 세익스피어 작품의 연극 공연은 항상 영국에서만 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고 본다.

만약 한미수교를 기념해 미국의 워싱턴이나 대한민국 서울에서 화도진 조인식 공연이 재현된다면 이는 역사를 왜곡하는 잘못된 일일까? 이런 퍼포먼스가 이뤄진다면 나는 이를 화도진과 인천의 가치를 널리 확산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일보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재현식 장소 엉뚱'이라는 기사가 반갑고 고맙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인천의 가치와 화도진축제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2016년 화도진 축제는 5월 20일부터 21일까지 화도진공원과 동인천 북광장에서 개최된다. 와서 보시라 그리고 판단해 보시라. /이흥수 인천 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