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자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며 바람이다. 또한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 해도, 당장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고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의 장래를 위한 동기부여를 결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새학기의 출발점에 즈음해, 비록 측은하고 마음이 아파도 자녀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할 수 있도록 다독이자.

많은 경우 하기 싫어서, 어려워서 또는 의욕이 나지 않아서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욕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입맛이 없어도 한 술 뜨다 보면 입맛이 돌고, 산책하기 싫어도 일단 나서면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법이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일어나기 싫을 때도 벌떡 일어나서 움직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의욕이 있건 없건 어떤 일을 시작하면 우리 뇌의 측좌핵 부위가 흥분하기 시작해 점점 더 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의욕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일단 발동이 걸리면 자동으로 작동되는 기계처럼 바뀐다. 그래서 하기 싫은 일도 일단 시작하면 그것이 계기가 돼 계속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작동 흥분 이론(work excitement theory)'이다.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총리를 네 번이나 역임했던 영국의 정치가다. 대학시절 수학이 너무 싫어서 아버지한테 편지를 쓴다. '수학을 안 배우는 학교로 편입하고 싶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답장을 한다. '필요도 없어 보이고, 잘 하지도 못하는 수학이 싫다는 말은 알겠다. 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힘든 일, 싫은 일에 맞서야 할 때가 숱할 텐데 미리 연습하는 셈 처 보렴.' 한편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도 한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참아내느냐! 대다수 인생의 승부는 여기서 갈리게 된다.

인간의 행동이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단 착수해 발동이 걸리면 멈추기가 어려운 법이다. 하다 보니까 덩달아 재미도 붙고 의욕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자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인데도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윌리엄 글래드스턴의 아버지가 가르쳐준 교훈을 상기하자. 그리하여 자녀들이 미리 연습하는 셈치고 장래를 위해 참고 견뎌 내도록 따뜻한 독려를 하자.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할 일들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어떤 형태로든 인생의 세파를 헤쳐 갈 소중한 자산인 자양분이 된다. 자녀가 건전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브레이크 없는 애정 일변도'에서 벗어나 엄격하면서도 차가운 사랑 또한 필요한 법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