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수필가·전 인천시약사회장
▲ 김사연 수필가·전 인천시약사회장

아직도 세월호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사고를 연상할 때마다 고통 속에 숨졌을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더 가슴아픈 일은 유가족 학부모와 신입생 및 재학생 학부모가 존치교실 문제로 감정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단원고는 2학년 10개 반 교실과 교무실 1곳 등 11개 공간을 '기억 교실' 또는 '4·16 교실'이란 명칭으로 보존해 왔다. 교실에는 학생들이 사용하던 책걸상이 그대로 놓여 있고, 책상 위엔 사망 학생들의 사진 액자와 꽃, '살아 돌아오라'는 의미의 노란 리본 등이 쌓여 있다. 생존 학생 및 수학여행 미참여 학생 등 88명은 특별실을 개조해 만든 교실 4곳에서 학교생활을 해왔다.

기억교실은 올 1월까지만 유지하다 다시 재학생 교실로 활용할 방침이었지만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신입생들은 앉을 자리가 없다.

감성이 예민한 사춘기의 학생들은 야간학습 시간이 되면 공포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성인들도 고인이 된 배우자나 부모가 사용하던 방에 들어서면 섬뜩 소름이 돋는다는데 어린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전교조와 유가족 단체는 신입생 정원을 줄이더라도 교실을 존치해 달라고 요구한다는데 이로 인해 먼 거리 학교로 등교하는 등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졸업하는 날까지 고인과 유가족을 원망한다면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학생들이 명예 졸업하는 올 1월까지만 기억 교실을 유지하고 이후 개조해 재학생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지난해 9월 밝힌 바 있다.

유가족 측의 입장을 고려해 학교 옆 시 공유지에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해 기존 교실을 그대로 복원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으나 4·16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는 이를 거부하고 현 상태 존치 입장을 고수한바 있다. 이에 앞서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은 학생회가 주관하는 4·16추모제를 해마다 진행토록 하겠다고 했다.

특별교부금 2억, 발전기금 3억, 도교육청 2억, 지자체 3억 등 총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학생들의 넋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설치할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것은 참사 2주기인 4월16일까지만 존치교실로 사용하는 조건부였다. 일부 재학생 학부모는 기억교실 복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극단적인 의사를 밝혔다.

반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방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사업 분과위원회를 열고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건립안을 심의·의결해 인천가족공원에 건립키로 했다. 추모관은 세월호 피해구제 및 지원특별법에서 정한 희생자에 대한 첫 번째 추모 사업으로 약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486㎡ 규모로 지어지며 추모관·안치단·제례실 등이 들어선다.

위 보도를 접하며 단원고 학생들이 떠올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소속 7대 종단 대표자들이 도교육청의 사회적 중재요청을 받아들여 4·16가족협의회와 단원고학부모협의회 간의 갈등을 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원만한 중재를 위해선 일방적이 아닌 양측의 양보가 우선돼야 한다. 246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음은 물론 신입생 및 재학생들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고인들을 정치적 혹은 일부 단체의 세력 확보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선 관광버스처럼 여객선 승무원들의 음주측정을 강화해야 한다. 여객선 항구에 세월호 참사 상징물을 세우는 방안도 있다. 상징물을 보는 관계 공무원과 승무원들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내 자식과 부모형제도 억울한 희생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안전운항을 위한 조치를 철저히 할 것이다. 승객들도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구명복과 비상 탈출구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전 점검을 하리라 본다.

학생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선 단원고 내 추모비 설립 및 4·16추모제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적은 액수라도 4·16장학재단을 자체적으로 설립해 재학생 일부에게 혜택을 주는 편이 존치교실보다 나을 것 같다. 감수성이 예민한 단원고 재학생들이 슬픈 추모의 분위기와 트라우마에서 헤어나 해맑은 표정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더이상 어린 넋들이 구천을 헤매지 않도록 이제는 매듭지어야 할 때가 온 듯싶다. /김사연 수필가·전 인천시약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