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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자동차 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가는데..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부기장 페이스북 게시글에 남긴 댓글이 화제다.

항공기 조종사를 비하하는 듯한 조 회장의 댓글로 한진그룹 전체가 14일 종일 시끌벅적했다.

이날 댓글 논란은 지난 13일 오전 1시 56분 대한항공 부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은 비행전에 뭘 볼까요?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비행 전에 뭘 준비하는지? 뭘 보는지? 알아보죠" 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는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수행하는 절차가 상세히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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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부기장 페이스북 화면



글이 게시된 지 10시간 후인 오전 11시 31분 조 회장은 댓글로 부기장이 작성한 글에 반박했다.

조 회장은 "전문 용어로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운행 중 기상의 변화가 있어도 KAL은 OPERATION CENTER(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로 가는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라고 썼다.

또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LINDBERGH(린드버그)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같은날 오후 8시 25분 "알파고도 실수를 하죠. 그래서 조종사가 필요합니다" 라는 댓글을 한차례 더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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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부기장 페이스북에 게시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댓글


조 회장의 글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명예훼손 혐의로 조 회장을 고소·고발하는 건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진짜 조 회장이 맞는지, 해킹을 당한 것인지 미심쩍어 확인해본 결과 댓글을 단 사람이 조 회장이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조 회장의 댓글에 "허위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며 "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진심으로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조 회장이 작성한 댓글에는 "이런 발언을 하는 게 직원들 사기진작에도 안 좋을뿐더러 조종사들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자동차보다 쉬운 오토파일럿으로.....아예 무인기로 바꿔라"는 내용의 답글이 달리는 등 다른 항공사 조종사들까지 나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혜민 기자 kh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