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자동차 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가는데..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부기장 페이스북 게시글에 남긴 댓글이 화제다.
항공기 조종사를 비하하는 듯한 조 회장의 댓글로 한진그룹 전체가 14일 종일 시끌벅적했다.
이날 댓글 논란은 지난 13일 오전 1시 56분 대한항공 부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은 비행전에 뭘 볼까요?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비행 전에 뭘 준비하는지? 뭘 보는지? 알아보죠" 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는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수행하는 절차가 상세히 기재돼 있다.
글이 게시된 지 10시간 후인 오전 11시 31분 조 회장은 댓글로 부기장이 작성한 글에 반박했다.
조 회장은 "전문 용어로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운행 중 기상의 변화가 있어도 KAL은 OPERATION CENTER(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로 가는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라고 썼다.
또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LINDBERGH(린드버그)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같은날 오후 8시 25분 "알파고도 실수를 하죠. 그래서 조종사가 필요합니다" 라는 댓글을 한차례 더 남기기도 했다.
조 회장의 글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명예훼손 혐의로 조 회장을 고소·고발하는 건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진짜 조 회장이 맞는지, 해킹을 당한 것인지 미심쩍어 확인해본 결과 댓글을 단 사람이 조 회장이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조 회장의 댓글에 "허위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며 "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진심으로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조 회장이 작성한 댓글에는 "이런 발언을 하는 게 직원들 사기진작에도 안 좋을뿐더러 조종사들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자동차보다 쉬운 오토파일럿으로.....아예 무인기로 바꿔라"는 내용의 답글이 달리는 등 다른 항공사 조종사들까지 나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혜민 기자 kh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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