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운 인천YMCA회장
▲ 이창운 인천YMCA회장

얼마 전 지역신문 1면 톱기사로 '남한 최초 자생교회 붕괴 위기'라는 제목을 단 내용이 보도됐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설립된 지 116년이 된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있는 중화동교회 교회당건물이 낡아서 붕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화동교회는 선교사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설립한 남한 최초의 '자생교회'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 한국의 초대교회들이 대개는 외국 선교사들이 자국에서 보내준 선교후원금으로 교회당을 지었는데 중화동교회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교회당 건물을 지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교회가 그동안 제대로 조명 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교회당 관리 비용조차 제대로 마련이 안 돼 이제는 무너질 위기에 처해졌다고 하니 기독교인 입장에서 참으로 답답하면서도 하나님께 송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 따르면 중화동 교회는 1896년 당상관 허득(許得)이라는 분이 한문서당에서 성경을 가르친 것이 교회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허득은 동학혁명, 갑오경장 등을 겪으면서도 교회에 대해서는 외부의 공격이 없음을 목격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선교사 없이 교회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중화동교회는 남북한을 통틀어 최초의 교회로 알려진 북한 황해남도 장연군 소래교회에서 재목(材木)을 가져와 1899년 건축했다. 그리고 소래교회에서 일하고 있던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H. G. Underwood)목사가 중화동교회의 초대 당회장을 맡았다. 주민들이 먼저 설립예배를 드린 뒤 선교사가 초대 당회장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직접 세운 자생교회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중화동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백령도를 비롯한 인천 서해 도서는 개신교와 천주교 등이 국내로 전파되는데 중요한 관문 역할을 했다. 특히 해방 전까지 황해도 문화권이었던 백령도는 남북한 교회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장소가 되었다.

1832년 네덜란드 출신 칼 귀츨라프가 입국한 곳이고, 미국인 목사 로버트 토마스가 주민들에게 성경을 나눠줬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백령도는 천주교와 개신교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서해 연안을 거쳐 한강을 타고 입국하던 주요 거점이기도한 곳이다.

이렇게 백령도와 그곳에 있는 중화동교회는 서해 도서지역 선교의 발상지라는 교회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교회 옆에 1800년대 국내 선교의 역사를 담은 기독교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매달 수백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인천시는 '한국 최초 성공회교회당인 내동교회'와 '인천 최초 천주교회당인 답동성당', 그리고 '한국 최초 감리교회당인 내리교회'가 중구에 위치해 있어 이들 세 곳을 종교 관련 '인천 선구지'로 이미 선정했다.

하지만 서양 종교 전파의 관문 역할을 한 서해 5도 종교 관련 유적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인천시와 옹진군이 백령도 성지순례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 중화동교회 붕괴 위험이라는 소식은 얼마나 기독교계에 대한 관심과 역사의식이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인천 기독교계가 이러한 사실을 먼저 알고 나서서 관심을 갖고 보호했더라면 어땠을까. YMCA와 같은 선교 단체가 지역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을 돌보고 관심을 가져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기독교 기관을 포함한 인천기독교계는 물론 인천시와 옹진군 등 책임이 있거나 관련이 있는 모든 기관이 나서서 책임의식을 갖고 이러한 지역의 교계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인천YMCA도 재정적이든 프로그램 차원의 지원이든 어떠한 형식으로도 중화동교회가 붕괴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청년들에게 아름다운 우리의 영적 유산들을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역사적 유산은 함께 노력해서 지켜나가야 한다.

한국 최초의 자생교회 중화동 교회가 가지고 있는 기독교 역사적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도록 주민들은 물론 교계의 관심, 행정적 지원 등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튼튼히 서가는 중화동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후원해야 할 때다. /이창운 인천YMCA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