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준 '11년차 코치' 선수단 이끌며 리그 2연패 달성
시체육회, 자격 있어도 대행체제 유지 … "고민해 볼 것"
"핸드볼코리아리그 2연패를 아무나 합니까. 대외적으론 감독으로 모든걸 책임지며 팀을 정말 잘 이끌고 있는데, 알고보니 11년째 코치라면 누가 이해를 하겠습니까."

인천 핸드볼계가 인천시청 핸드볼팀을 핸드볼코리아리그 2연패 및 'V4' 역사에 새겨넣은 조한준(42) 코치의 사령탑 승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감독이 될 자격이 충분하지만 그는 여전히 코치이기 때문이다.

조 코치는 지난 2012년 임영철 전 인천시청 감독이 한국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까지 공식적으론 코치지만 대외적으론 감독으로서 훌륭하게 팀을 이끌며 해마다 좋은 성적을 냈다. 실제, 그는 지난해와 올해 국내 실업리그 중 가장 규모가 큰 SK핸드볼코리아리그 2연패를 달성했고, 역사적으로는 이 대회 통합 'V4'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인천토박이인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인천에서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고, 인천시청 핸드볼팀의 전신인 효명건설(2004년), 벽산건설, 인천시체육회 등을 모두 거치며 우직하게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인천 여자 핸드볼을 있게 한 장본인이자 산증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뚜렷한 이유 없이 2004년 이후 지금까지 11년째 코치에 머물고 있다. 2012년 감독 자리가 빈 이후로도 자그만치 3년이나 흘렀다.

현재 여자 핸드볼 실업팀 중 정식 감독이 없는 팀은 인천시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조 코치는 남모르는 애환을 숨기며 팀을 이끌고 있다.

인천시청 타 운동경기부 감독 또는 다른 핸드볼팀 감독들과 회의나 모임을 할 때, 그는 감독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없는 코치로 그 자리에 나간다.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팀 운영도 삐걱댈 수밖에 없다. 감독과 코치, 선수가 제 역할을 해야 꾸려져 나가는 게 선수단인데, 지금 모습은 기형적일 수 밖에 없다. 3년째 이 상태다.

인천시 핸드볼계 한 인사는 "지금까지 보여준 조 코치의 역량이나 활약으로는 감독이 됐어도 벌써 됐어야한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코치다. 이렇게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된다면 어떤 문제가 터져도 터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체육회 관계자는 "그동안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조 코치의 감독 승격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