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직원 회람·법원 제출 미결정 … "공직 사회 두둔 의식" 비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직원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종철 전 인천경제청장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인의 헌신과 열정"으로 수 많은 투자유치를 이뤘으니 "최대한의 선처를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두둔하는 모습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인천경제청에 확인한 결과 지난 3일 이 전 청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내용의 탄원서가 작성돼 각 부서에 뿌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탄원서에는 "저희들은 이 전 청장이 재직하던 때 경제자유구역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보좌하던 인천시 간부, 직원, 공무원, 주민, 기업체 임직원 등이다", "뇌물수수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판결에 참작을 부탁드리고자 글을 올린다"고 적혀 있다.

이 탄원서는 총 3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 전 청장이 청렴하게 29년의 공직생활을 보냈으며,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으로 22조966억원의 투자유치를 거뒀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밖에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뉴욕주립대·조지메이슨대·유타대 등 해외 명문대 유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 유치,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탁월한 리더십 등 과거 이 전 청장의 공로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탄원서는 "피고인이 부임 전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업무관련성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순간적인 유혹과 판단착오로 부주의하게 양복 등을 수수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솔직히 시인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로 끝을 맺고 있다.

이 같은 탄원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인천경제청에 대한 징계가 느슨해 논란이 된 상황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공직사회의 의식이 의심스럽다"며 "공직자들은 정신 차려야 하며 감사를 벌여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원서 회람은 인천경제청 내 특정부서가 맡아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청은 지난 3일 오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탄원서 서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경제청 관계자는 "3일 오전에 돌렸다가 오후부터 중단했다"며 "서명 받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청장은 지난 2011년 5월과 2012년 3월 개발업체 관계자로부터 양복 5벌 등 2000여만원을, 지난해 10월 건설업체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시는 지난달 이러한 혐의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전 청장을 공식 해임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