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섭 인천생체회 사무처장·이재화 동춘초교 육상 코치 부부
자녀 한성우군 상인천중 야구선수 출전 … "무사히 경기 마치길"
아들은 야구 선수로, 어머니는 육상 지도자로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각각 참가한 가족이 있어 화제다.

아버지 역시 정식 선수단(선수, 지도자, 임원)은 아니지만 인천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자격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한 가족이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인천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어 제주도에 모인 것이다.

한상섭 인천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과 그의 아내 이재화 인천동춘초등학교 육상 코치, 한성우(사진) 상인천중학교 야구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가장 감격스러울 이는 한성우 군이다. 한 군이 재학 중인 상인천중학교는 1984년 첫 출전 이래 무려 31년 만에 인천 대표로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했다.

지난 3월 송도LNG야구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인천 선발전' 결승에서 '숙적' 동인천중을 12대 1로 대파하고 인천 대표 자격을 얻었다.

SK와이번스 이재원과 이명기 등이 졸업한 상인천중은 전통의 야구 강호지만 그동안 유독 소년체전하고는 인연이 닿질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1차 선발전에서 우승을 했지만 결국 대회에는 나갈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선발전을 한 번만 열어 대표를 뽑았지만 2014년에 규칙이 바껴 선발전을 두차례 치른 뒤 1, 2차에서 같은 학교가 우승하면 그대로 대표가 되고, 1, 2차 선발전 우승팀이 서로 다르면 최종 선발전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인천중은 2차 선발전 우승팀인 동산중과 최종 선발전에서 붙었지만 패하면서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런데 그 속사정을 알면 더 극적이다. 당시 규칙을 바꾼 이가 바로 당시 인천시야구협회장이었던 한 군의 아버지, 현재의 한상섭 사무처장이었다.

평생 한 번 뿐일 수 있는, 소년체전 참가라는 '꿈'을 꾸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더 공정하고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박수를 받을만한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이 바꾼 규칙 때문에 아들인 상우 군이 소년체전에 참가할 기회를 놓치게 된 것.

당시 상인천중 1학년이던 성우 군은 이 때문에 한동안 아버지를 무척이나 원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인천중은 올 해 드디어 31년만에 인천 대표로 소년체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1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기회를 노리던 성우 군도 30일 전북대표와 붙은 16강전에서 4타수 3안타(장내홈런 포함) 4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한 군은 지난해 소년체전에 나오지 못했던 아쉬움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31일 열린 경기 대표 수원북중과의 8강에서 팀이 패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 군의 어머니인 이재화 동춘초등학교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올 해 옮긴 동춘초등학교에서 발굴해 짧은 기간 훈련시킨 제자 박한별(동춘초교)이 여자 초등부 80m 결승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하며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이재화 코치는 인하대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했었다.

이런 아들과 아내를 둔 한상섭 사무처장도 인천 선수단 격려차 제주를 찾았다.

지난 3월 초 부임한 한상섭 인천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은 29일 제주도에 도착해 여러 경기장을 돌며 선수단 및 체육회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아들이 뛰는 중등부 야구 8강전도 보지 못한 채 31일 오후 인천으로 돌아갔다.

한상섭 사무처장은 "물론 아들과 함께 아내가 지도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지만, 지금은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으로서 인천선수단이 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참가 학생 모두 무사히 경기를 마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제주=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