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기간 기본룰 배워 "외교의 법칙과 비슷해"
하버드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ㆍ92) 전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바둑에 관심을 보여 화제다.

중국의 바둑 전문 격주간지 위기천지(圍棋天地)는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 중신(中信)그룹 창전밍(常振明) 회장과 바둑 관련 대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체스를 즐겨두는 것으로 알려진 키신저 전 장관은 중신그룹 고문 재직 시절 창전밍 회장이 바둑 고수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이번 중국 방문에 맞춰 창 회장에 면담 요청을 해 바둑돌 놓는 방법과 승패가 결정되는 방법 등 기본적인 바둑룰을 배웠다. <사진>

키신저 전 장관은 2011년 발표한 '중국을 논하다(On CHINA 論中國)'라는 본인의 저서에서 바둑을 인용해 중국의 외교와 전략을 설명하는 글을 쓴 후부터 바둑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고 알려졌다. 중신그룹 창전밍 회장은 2010년부터 2년 동안 국제바둑연맹(The International Go Federation, 약칭 IGF) 회장을 맡기도 했고, 현재 중국 국내 바둑대회인 중신은행(中信銀行)배를 후원하는 재계의 대표적인 바둑 애호가다.

창 회장은 키신저 전 장관에게 "체스는 전술 게임이고 바둑은 전략 게임"이라면서 "사업을 하다 보면 경쟁과 타협이 공존하는 데 이는 바둑과 공통점"이며 "바둑을 통해 병력을 배치하고 진을 치는 연습을 하면 사업은 물론이고 군사, 외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둑 예찬론을 펼쳤다.

이에 키신저 전 장관은 "대국할 때 상대의 책략에 맞춰 두는 것은 외교의 법칙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예전에 바둑에 관한 글을 읽었지만 실제로 바둑을 직접 겪어보고 지식을 얻게 돼 매우 의미있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