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라! 희망 인천> 일자리가 답이다 - 상) 뽑을 사람 없고 일할 곳 없어
▲ 지난 5월19~23일 인천경제통상진흥원 JST일자리종합센터가 중·장년을 위해 마련한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현장. /사진제공=JST일자리종합센터
▲ 인천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남동 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제공=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청년층 저임금 탓 지역기업 외면

세제혜택 등 실질적 지원 필요해

맞벌이 증가 女 고용정책 제자리

무분별 창업 유도 … '역효과' 우려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정말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 혼자 버는 수입으로는 가계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중년 여성들은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식당 등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바람에 수당이라도 챙기려고 밤 늦게까지 일한다. 청년들은 인천 주변 서울이나 파주, 판교 등 신도심 일자리에 관심을 두고 지역 일자리는 등한시한다. 사람을 원하는 기업과 구직자들 간에 생각이 다르다.

이처럼 인천의 일자리는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교통 정리가 힘든 상황이다.
인천의 일자리 관련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역 상황을 심도 있게 파헤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본보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되짚어 보고, 해결 방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질병' 같은 지역 중기 인력난

지역 중소기업마다 일할 사람 뽑는 일에 골치를 앓고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이라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이 워낙 없다. 고질병처럼 굳어진 인력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딱히 없는 상황이라 이젠 난치병처럼 손댈 수 없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자본과 기술, 판로, 인지도 등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 인재 확보는 경영의 핵심 과제이자 기업 운영을 위한 기초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애를 먹다보니 지역 경제 성장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위기론만 팽배할 뿐,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인력난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는 중소기업에 효율적인 자금이나 조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최근 지역에 제조업 근로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등 중소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공은 크다. 전국 산업현장에서 매년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과 비교했을 때 '기현상'으로 보일 정도다.

문제는 지역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매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 업체 위주라는 한계다. 지역 공장 부지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는데, 폭발적으로 업체 수만 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젊은 구직자들이 제조업체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조업체 구성원이 주부나 중년의 남성으로 비대해지는 점은 지역 산업이 고민할 문제다.

인천 연수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질도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인데, 산업계 체질 개선 자체가 힘든 실정이니 관련 사업들이 한계에 부딪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청년들이 지역 중소기업에 일하게 하려면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자금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전선' 향하는 여성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절실

인천지역 맞벌이 가구가 전체 가구 가운데 절반에 이르고 있으나, 여성 일자리는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내수 침체와 계속된 물가상승 때문에 남편 혼자 벌어서는 가계 지출 감당이 안되는 가정이 늘면서 여성들이 '취업 전선'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맞벌이 가구 현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배우자가 있는 인천지역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1.1%다. 인천은 64만4000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가 무려 26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경기(40.3%), 부산(36.9%), 서울(36.7%), 울산(36.3%) 등 타 도시보다도 비중이 더 높다.

이처럼 지역에 맞벌이 가구가 많다는 것은 중소기업이나 음식점 등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맞벌이 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가구주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는 통계는 주목할 대목이다.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한 정책이 바로 서지 않으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시나 지자체에서 경력 단절 여성 등의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면서 열성을 보이고는 있지만, 지역 산업 구조 등에 막혀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계 지출 등으로 일은 해야겠는데, 경력을 살린 취업은 힘들어 저임금의 근무 조건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지역 중소기업이다.

단순 생산직이나 사무직 정도의 일거리만 주어지는 여성 근로자들이 지난 몇 십년 동안 산업계 임금 최하층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인천지역 한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그 빈자리를 40대 이상 여성 근로자들이 책임지고 있지만, 그 대접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지자체, 일자리 늘리기 청년 창업 조장 … 산업계 '글쎄'

인천지역 중소기업 지원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청년 창업 알선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취업이 어려우니까 창업으로 유도하는 식의 정책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제쳐두고, 시장 분위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섣불리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다가는 '줄도산' 등의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부평구의 한 제조업체 대표 김모(56)씨는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갓 졸업한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 대상으로 각종 창업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사실 시장 경험이 전무하거나 얼마되지 않는 사회 초년생들이 사업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우선 지역 기업에 취업해 관련 지식과 업계 분위기 등을 익힌 다음에 창업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직업전문학교 한 관계자는 "청년들이 창업을 선택하려면 혁신적인 아이템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이에 부합하는 예비창업자들이 지역에 많지 않다"며 "실제로 청년 창업의 현실은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불필요한 카페와 음식점 등 '레드오션(Red Ocean)'에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들 기업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존율'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년차 신생 기업 평균 생존율은 49.1%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자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인천지역의 한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창업 지원이 한창인데, 그 중에서도 청년 창업 지원이 활발한 이유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지역 대학생 등을 취업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성공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