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섭 남구청장 취임 3주년
   
▲ 박우섭 남구청장이 집무실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소회와 재정 위기에 대한 묘안 등 구정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남구청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할 수 없다'

인천 남구의 현 주소다.

남구의 재정자립도는 20%대에 불과하다.

도서지역을 제외한 인천지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2년 전에는 심각한 재정난에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줄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지역 곳곳에서 진행됐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중단됐거나 해제됐다.

바로 옆 송도국제도시의 화려하고 높은 빌딩들이 구도심 남구를 점점 초라하게 만드는 듯 했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고민에 빠졌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42만명의 구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까'

묘안이 떠올랐다.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동네 발전을 꾀하고 이끌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예산 없이도 주민 간 화합을 도모하고 일자리도 창출함으로써 지역에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취임 3주년을 맞으면서 성공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박 구청장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공터주 세제혜택 … 비용 없이 무상 주차공간 확보

직업능력·지혜·공동체 형성 위한 '평생학습' 역점

각종 사업 갈등·반발 '강제 아닌 소통' 통해 풀 것



▲취임 3주년을 맞은 소회는.

-공자가 "지방정부를 맡고 나면 1년 안에 기틀을 닦고 3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말했다.

이제는 지자체장이 구민들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생학습을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과 관련, 성공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대표적인 것이 염전골 사람들의 도시농부학교, 숭의동 우각로의 문화마을 사업, 주안3동 기흥주택 단지의 텃밭 가꾸기 사업 등이다.

돈이 들어가는 사업들은 내가 아닌 다른 구청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런 사례들은 내가 구청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임기 동안 평생학습을 강조했고, 이것을 통해 지혜로운 구민들을 육성하고 마을만들기를 이뤄냈다.

또 사회적기업과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구청장이 되기 전부터 사회적기업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과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올해는 생활체육 진흥의 해로 정해 구민들의 건강을 검사하고 알맞는 운동법을 처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장은 아니어도 2~3년이 지나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노인들의 건강이 다른 구에 비해 훨씬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재정 위기에 대한 묘안은.

-지난 2002~2006년 구청장으로 있을 때는 재정적 여유가 있어 주차장과 공원을 많이 만들 수가 있었다.

매년 주차장과 공원 조성 예산에 100억원 정도를 사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임기에는 워낙 재정이 열악하다보니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

한 해 주차장과 공원 조성 예산이 30억원도 안 된다.

용현5동 군부대 터도 돈만 있었으면 매입한 뒤 공원을 조성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곳이다.

그래서 돈이 없어도 공원과 주차장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하게 됐다.

마을만들기와 도시농부학교 사업을 진행해 공원을 지은 것 같은 효과를 거뒀고, 주차장 같은 경우 곳곳에 있는 노상주차장의 효율성을 높여 주차장을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빈 공터를 대상으로 주인에게 협조를 구해 임시로 무상주차장으로 운영한 사례들도 많다.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구가 대신 치워주고 주차장 운영 대가로 주인의 재산세를 면제해주는 등 이런 방식으로 주차 공간을 확보해 나갔다.

돈이 없다고 사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돈 없이도 지역에 있는 것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서야 하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올해 남구는 지난해에 비해 80여억원의 재원조정교부금을 더 받게 된다.

그만큼 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이 늘어난 것인데 이러한 결과는 지역 구의원, 시의원과 함께 인천발전연구원과 시의회 등을 찾아가 남구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등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뛴 성과다.

 

   
 


▲장기적 추진 사업과 10년 뒤 남구 모습은.

-현재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평생학습을 통한 공동체 회복이다.

우선 평생학습을 통해서 3가지를 해낼 수 있다.

첫 번째가 직업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것인데 구는 구민들이 교육을 통해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진로상담사 직업 교육이다.

지난해부터 구에서 교육을 진행하는데, 나중에는 교육생들이 진로상담사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두 번째는 시민적 지혜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 사이에 사회적 신뢰가 쌓이면 이것이 사회적 자본이 돼 행복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지역사회 조성의 밑거름이 된다.

세 번째는 평생학습을 통해 발전된 구민들이 모여 더 발전된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에는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것으로 기대한다.

10년 뒤에는 남구의 도시환경정비가 완료될 것이다.

동양화학 부지, 인천대 이전 부지 등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이 제대로 진행·완료돼 남구가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출 것이다.

낡은 동네들은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아기자기하고 살기 편하면서 정감이 넘치는 곳으로 거듭나게 된다.

또 그 때가 되면 고령화가 더 진전돼 남구의 노인 인구 비율이 17%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은 12%인데 그동안의 추세를 살펴볼 때 2년마다 1%씩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주력해야 할 것은 노인들이 단순히 도움 받는 존재가 아니라 일하고 경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소비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노인을 경제의 한 축으로 세우는 노력들이 남구가 활력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묘안이다.


▲42만 구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임기 동안 강제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난번 구청장 임기 때에는 3번의 강제 철거를 했다. 강제 철거라는 것은 현장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준다.

용산참사가 그 예다.

그래서 강제 철거가 아닌 구청장이 직접 나서 소통을 통한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임기 중 주안역에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했었는데, 그곳에 무허가로 오래 동안 살았던 주민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 강제 철거를 하기로 했는데도, 설득하기 위해 주민을 직접 만났다.

진심이 통해서였는지 결국 주민이 협조를 해줘 강제 철거를 하지 않고 주차장 공사를 할 수 있었다.

또 용마루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도 찬성과 반대 주민이 팽팽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을 계속 설득했고 결국 감정 평가가 거의 완료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했다.

앞으로도 주민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으로 갈등을 하나하나 해결하도록 할 것이다.

구민들이 모든 것을 지자체에 요구만 한다고 하면 행복한 남구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함께 치우고 텃밭도 만들고 동네 주차장도 관리하고 공원도 관리하는 등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동네를 가꾸려는 마을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제도이며 살기 좋은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공공의 이익을 중요시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길이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