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청소년·그린티처스 캄보디아 자원봉사 활동 -中
   
 


화성시 청소년 글로벌 자원봉사단이 목적지인 깜뽕끌록에 있는 초등학교에 도착하자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이 두 줄로 늘어서서 환영의 박수를 치며 봉사단을 살가운 표정으로 맞는다.

이들 학생은 현재 여름방학 중이지만 한국에서 온 화성시 봉사단을 맞이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참여했다고 한다.

청소년 자원봉사단은 이어 함께 깜뽕끌록에서 봉사에 참여할 캄보디아(프놈펜) 현지 소빛학교 최수빈 선생님과 찌어 소피어 니카(Chea Sopea Nika·16) 양 등 현지 학생 9명과 첫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캄보디아 학생들도 화성시 자원봉사단과 7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깜뽕끌록에서 페인트와 방송장비, 환경미화, 바자회, 우물 등 봉사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서먹함도 잠시, 이윽고 조용하던 깜뽕끌록 마을이 부산해졌다.

마을 중심에 있는 학교를 이방인들이 점거(?)하고 뚝딱 뚝딱 망치질 하는 소리와 바쁜 움직임, 널브러져 있는 각종 장비, 물품박스와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온 동네를 떠들썩하며 뒤집어 놓는다.
 

   
▲ 동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학교 교실까지 가파픈 계단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르내리며 캄보디아 학생들이 1조를 도와 망가진 책상을 보수하여 나르고 있다.


제일 소란한 곳은 1조.

1조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가구 보수와 제작을 맡았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학교여서 교실까지 가려면 5m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계단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오르내리며 부서지고 망가진 책상을 보수하기 위해 들어내려야 했다.

1조 학생들은 망가진 곳을 보수하고 샌드페이퍼로 더럽고 거칠어진 책상 표면을 갈아내고 매끈하게 니스 칠을 했다.

봉사단의 끊임없는 손길 덕분에 묵은 때를 벗은 책상은 튼튼한 네다리와 깨끗하게 치장한 얼굴을 한 채 봉사단의 손에 이끌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2조가 맡은 임무는 교실 내외의 페인트칠.

봉사에 이골이 난 김스미 선생님이 아이들과 교실 내벽을 칠하느라 정신이 없다.

봉사단은 페인트칠에 앞서 교실 내벽 아래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비닐과 종이를 깔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2조는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1조의 임무인 책상 수리가 끝나기 전에 페인트칠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페인트 작업도 수월하고, 수리가 끝난 책상에 페인트가 묻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김 선생님과 봉사단의 손길이 바쁜 이유다.

그동안 어두웠던 교실 벽은 이내 극성맞은(?) 학생들의 손에 의해 미색의 화장을 하고, 수줍은 새색시처럼 말간 얼굴을 드러내고 말았다.

전성식 선생님과 8명이 함께 한 3조는 방송장비와 우물.
 

   
▲ 10여년 간의 임무를 마친 깜뽕끌록 학교종. 그동안 학교종으로 사용하던 자동차휠을 이제 방송장비가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그런데 방송장비 설치를 잘 할 줄 알았던 전 선생님이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도 덩달아 혼란스러워 한다.

   
 

맡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방송장비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전선을 자르고 잇기를 몇 차례, 마침내 방송장비에 전원이 들어오고 스피커를 통해 육성이 울려 퍼진다.
 

   
▲ 학생들이 바자회를 알리는 홍보전단을 직접 만들어 마을 주민들에게 바자회 참여를 부탁하고 있다.


이어 수업을 알리는 시그널 소리가 크게 울리자 마을 한켠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강아지가 난생 처음 듣는 소음에 놀랐는지 귀를 쫑긋 세운다.

그리고 자원봉사단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다른 조 학생들의 축하 함성이 마을 하늘을 뒤덮는다.
3조의 또 다른 아이들은 우물 준비에 나섰다.

봉사단은 물웅덩이에서 학교 화장실까지 연결할 호스와 모터펌프를 씨엠립 시내에 나가 직접 구매해 왔다.
문제는 우물을 완성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려, 일정상의 이유로 자재를 학교에 기부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했다.

4조인 강효진 선생님과 봉사단 그리고 지역주민 등 20여 명은 바자회 준비와 깜뽕끌록 학생들의 출석부를 만드는 일에 도움을 줬다.

사진을 넣은 출석부를 제작하다보니 이 학교 150명의 학생 얼굴을 일일이 찍는 수고스러운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출국 전 학생들이 모은 옷, 신발, 가방 등 수십 박스를 가지고 바자회도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봉사 3일째.
 

   
▲ 3조 학생들이 방송용 스피커를 설치하고 스피커 와 전선 연결을 위해 지붕위에 올라가 정비를 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니, 이 마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도착 이후 마을에서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화성시 청소년 봉사단을 돕기 위해 현지 학생과 선생님들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찾은 것이다.

아마도 봉사단 활동을 곁에서 그냥 지켜보기가 민망했던 모양이다.

현지 학생들은 봉사단과 함께 책상 수리를 돕고, 출석부 만드는 일에 가위질을 함께 했으며, 선생님들은 물품을 정리하며 바자회 준비를 도왔다. 일에 속도를 내면서 작업도 한결 수월해졌다.


/글·사진=이상필기자 splee1004@itimes.co.kr

현지 학생 인터뷰

저는 캄보디아 한인 학교 소빛학교에 다니고 있는 미언 라이어(Mean Laiee)입니다.

방학을 맞아 한국 학생들과 자원봉사를 하는 새롭고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캄보디아에 살면서 이러한 자원봉사는 저도 처음입니다.

날도 덥고, 힘도 많이 들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자원봉사에 열심히 일하는 한국의 학생과 선생님들을 보며 저도 열심히 했습니다.

지저분하던 학교와 마을에 큰 선물을 해 주었다는 생각에 봉사를 마치고 나니 더욱 보람 있었습니다.

이번 봉사는 처음엔 목사님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참여했는데, 마치고 나니 봉사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성시 학생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졸업 후, 캄보디아와 한국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방학 중 캄보디아에 와서 땀 흘려 자원봉사를 해 준 '화성시 청소년 글로벌 자원봉사단'과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봉사후기

최용욱 · 예당중 2년

새로운 친구, 누나, 형들도 사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캄보디아 학생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지현 · 비봉중 3년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들고 귀찮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캄보디아 아이들을 보면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에 열심히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이상윤 · 남양중 1년

봉사활동을 마치고 새롭게 변한 학교를 보면서 마음 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것을 남기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박효선 · 비봉고 1년

처음으로 참여한 해외봉사활동에서 내가 느낀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제일 값지다고 생각하는 점은 역시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배려와 사랑을 나누고 와서 느끼는 보람입니다.

김진하 · 능동고 3년

처음으로 해외봉사활동 갔는데 아이들도 예쁘고 봉사활동도 나름 힘들지도 않고 보람차게 보낸 것 같아 다행이고 재미있었습니다.

강효진 · 속초 청해학교 교사

밝은 햇살 같던 캄보디아 아이들의 건강한 미소와 그 아이들을 위해 땀 흘리던 우리들의 바쁜 하루하루가 벌써 그립습니다. 그 하루하루가 캄보디아의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길 기원합니다.